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카카오의 로엔에 거는 기대


시장 1위 음원 플랫폼 '멜론'을 운영하던 로엔엔터테인먼트가 결국 '끼워팔기형 음원추천제'를 폐지했다. 끼워팔기형 음원추천제는 불공정거래의 대표적인 예로 엠넷닷컴(CJ E&M), 지니(KT뮤직), 벅스, 소리바다 등이 지난해 11월부터 자성의 일환으로 잇달아 폐지했다. 이후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국음반산업협회 등 음악 관련 단체들이 음원 추천제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했을 때도 로엔은 문제의 본질을 피해간 채 '개인화된 큐레이션' 제공을 통한 개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등 복지부동이었다. 또 최근에는 로엔이 끼워팔기형 음원추천제건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확산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결국 비판여론으로 '벼랑 끝'에 몰린 로엔은 최근 끼워팔기형 음원 추천제를 폐지하고 이를 지난 26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끼워팔기형 음원이 추천되는 '톱 100곡 전체 듣기' 기능이 삭제되며 추천곡은 이용자의 선택이 있을 경우에만 재생되도록 개편한 것.

여론에 떠밀려 끼워팔기 행태는 중단됐지만 앞으로 로엔에 거는 기대는 크다. 로엔의 경영권이 장기 전략보다는 단기 수익에 연연하는 외국계 사모펀드에서 굴지 IT업체인 카카오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번 마케팅 판단도 카카오로의 인수가 결정되면서 카카오와 로엔의 조직 개편을 위한 태스크 포스(TF)까 꾸려지는 등 장기적 경영 계획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내려졌을 것이란게 업계의 분석이다.

앞으로 로엔은 시장 1위 사업자로서 국내 음악시장이 건강한 시장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 특히 과도하고 비생산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경마보도'식 실시간 음원 차트를 개선해야 한다. 음원사재기도 24시간 보도되는 음원 차트에 따른 부작용이다. 아티스트들이 음원 하나로 승부를 해야 하는 시장으로 음악시장이 변질되면서 자신만의 감성과 철학을 담은 웰메이드 앨범을 제작하려는 아티스트들의 의지도 상당히 꺾인 상태다. 실시간 음원 차트로 노래가 소비되고 평가되는 상황에서 음반에 정성을 쏟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싱글 앨범, 미니 앨범, 더블 싱글 앨범 등 '변종 싱글' 앨범이 나오게 된 것이다.

로엔의 최대주주가 될 카카오는 글로벌 진출에 대한 의지도 천명한 바 있다. 음원 사재기를 유발하거나 웰메이드 음반 제작에 대한 의지를 꺾는 운영 시스템이 아닌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경영전략을 기대해 본다. /문화레저부=연승기자 yeonv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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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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