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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특징은 '복잡다단'으로 집약된다. 일본 계열사를 이용한 다단계 출자를 통해 국내 주요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출자 단계만 해도 다른 대기업 집단 평균(4단계)의 6배인 최대 24단계였다. 국내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는 67개로 대기업 집단 전체의 71.3%나 됐다. 총수 일가는 이런 다단계 출자와 얽히고설킨 순환출자를 활용해 단 2.4%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롯데가 해외 계열사의 국내 계열사 보유 지분을 고의적으로 허위 공시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롯데가 사실상 '일본 기업'이라는 항간의 비판적 여론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주식 소유 현황을 속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벌금 또는 과태료 외에도 검찰고발을 통해 형사적 대응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뼈대는 '광윤사→롯데홀딩스→호텔 롯데'…日 계열사, 보유 주식은 1조원=국내 롯데그룹에 출자관계를 맺고 있는 롯데의 해외 계열사는 총 16개사(지난해 10월 말 기준)에 이른다.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일본의 포장지 제조·판매사 광윤사를 비롯해 일본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 12개에 이르는 L투자회사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는 이들 해외 계열사를 통해 11개 국내 계열사에 출자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친족 등이 지분 90%를 보유한 광윤사가 롯데홀딩스를 지배하고 롯데홀딩스가 자회사인 12개 L투자회사를 통해 호텔롯데 등 국내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형태다. 국내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의 경우 해외계열사 지분이 99.3%에 달했다. 일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계열사가 소유한 국내 계열사 주식도 국내 롯데 86개 계열사 자본금(4조3,708억원)의 22.7%인 9,899억원(액면가 기준)에 달했다. 높은 비상장사 비중도 불투명한 지배구조의 배후로 지목됐다. 롯데의 일본 36개 계열사는 모두 비상장이고 국내 계열사 중에서도 상장사는 8개(9.3%)에 불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가 있는 상위 10개 대기업 가운데 지주회사가 비상장인 곳은 롯데가 유일하다"며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한 순환출자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日 계열사, 보유 주식은 1조원 회사 숨기기 위해 허위 공시했나=해외 롯데 계열사의 국내 계열사 지분 소유가 드러나면서 신격호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롯데그룹 내부지분율은 62.9%에서 85.6%로 껑충 뛰었다. 롯데를 뺀 40개 대기업 집단 평균인 54.9%보다 30%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롯데로서는 그간 해외계열사 보유 지분을 동일인(신격호) 관련자가 아닌 기타 주주로 표시해 소유지배구조를 은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공정위는 △동일인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자료 미·허위 제출 △국내 계열사의 주식 소유 현황 허위 신고(11건) 및 허위 공시(11건) 등 총 23건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따져볼 계획이다. 보강조사, 롯데 의견 조회 등을 통해 고의성이 입증되면 건별로 1억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롯데의 국내 계열사가 해외 계열사 지분이 많아) 배당 등으로 돈이 일본으로 빠져나간다는 국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지분 신고를 허위로 했을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이태규기자 sh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