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간제법 포기하더니 파견법은 속 빈 강정 만드나

정부 여당이 난항을 겪고 있는 파견법을 대폭 수정할 모양이다. 뿌리산업이라도 대기업 협력사나 하도급 업체일 경우 파견 대상에서 제외하고 일용직 근로자를 파견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파견법에 여러 차단막을 만들어 '노동개혁 4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여권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기간제법을 포기한 데 이어 파견법까지 핵심을 쏙 뺀 채 입법화한다면 고용창출과 노동시장 유연성이라는 노동개혁의 의미가 크게 퇴색한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소기업들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줄곧 파견법을 호소해왔는데 대기업 협력사라는 이유만으로 제외된다면 그만한 역차별이 없을 것이다. 뿌리산업은 최종 수요처인 대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인력난에 시달리기는 수출업체든 2·3차 협력사든 마찬가지다. 당장 중소업계에서 인력 운영에 필요한 차포를 다 떼고 무늬만 파견제를 도입하려 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혼란을 초래한 더불어민주당의 '대기업 혐오증'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종인 체제 출범 이후 '파견법= 현대차 보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삼성 특혜법'이라는 황당한 주장이 갈수록 세를 얻고 있는 판국이다. 야당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도입한 파견법이 고용불안을 심화시키는 악법이라고 강변하지만 이는 파업이나 일삼는 귀족노조의 얘기일 뿐 사람이 없어 공장을 놀리는 중기나 일자리가 생명줄인 중장년 구직층에는 남의 나라 얘기다.

경제가 비상인데도 노동개혁은 구호만 요란한 채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원칙 없이 우왕좌왕하다 보니 허송세월하고 있을 뿐이다. 여권은 초심으로 돌아가 노동개혁의 진정한 의미를 곱씹어봐야 한다. 오늘도 거리에서 경제입법 서명에 나선 국민들은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노동개혁 포기를 선언하라고 외치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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