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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년 만에 한국에 왔는데 설레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생기는 것 같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주시기를 바랍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23)의 첫 인사말은 생각보다 담담하고 차분했다. 지난해 10월 한국인 최초로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이 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수상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공연 하루 전인 1일에야 한국에 입국한 조성진은 입국 후 곧장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를 찾아 한국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를 목표로 하고 있었기에 더 많은 연주 기회를 얻기 위해 쇼팽콩쿠르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우승 후 제 생각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받아 놀랍기도 했고 제 예상보다 더 좋은 연주회에 많이 초청받고 있어 기쁩니다."
쇼팽콩쿠르 참여 동기와 우승 소감에 대해 담담히 말한 조성진은 자신의 콩쿠르 우승 후 한국에서 클래식 열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저로 인해 클래식 음악이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연주가로는 정말 좋은 소식이죠.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
전혀 들뜨지 않은 자세로 기자회견에 임한 조성진은 뜻밖의 웃음을 주기도 했다. 피아노에 빠지게 된 이유에 대해 "바이올린은 서서 연습해야 해 힘들었는데 피아노는 앉아서 연습해도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답했다. 콩쿠르를 준비하는 데 특별한 비결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쇼팽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 특별한 준비 방법은 없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연습에 몰두했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사실 지난해 초 스마트폰을 도둑맞은 와중에 굳이 비싼 휴대폰을 또 사야 하나 싶어 2G폰을 썼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아르투르 슈클레네르 쇼팽협회장과 조성진과 음반 계약을 체결한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의 우테 페스케 부사장도 함께했다. 페스케 부사장은 조성진과 함께하는 첫 작업으로 오는 4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지휘자 정명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악단과 함께 쇼팽 협주곡 1번과 네 개의 발라드를 녹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성진은 "DG와는 5년 계약서에 사인했고 5장의 CD를 녹음할 것 같다"며 "두 번째 음반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을 안 해봤지만 쇼팽 외의 작곡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조성진을 주인공으로 하는 갈라 콘서트는 2일 오후2시와 8시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한국에서 쇼팽 갈라 콘서트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음악 애호가들의 관심 아래 콘서트 표는 현재 매진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