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로봇수술 보험급여 논의 빨리 시작해야


"이 화면을 한번 보시죠. 로봇 수술의 장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최근 로봇 수술 취재를 위해 찾은 한 대학병원 의료진의 연구실에 들어선 기자에게 A교수는 자신의 컴퓨터에 담겨 있는 수술 동영상을 보여줬다.

동영상은 50대 직장암 남성의 수술 장면을 녹화한 것이었다. 특히 의료진이 눈여겨보라고 한 것은 수술용 로봇 팔 끝에 장착된 가위가 직장암 발생 부위를 막 절단하려는 장면이었다.

가위가 직장의 일부분을 절단하려고 하자 갑자기 경고음이 들리면서 화면 아래에 시간을 나타내는 막대 모양 바가 생성됐다. 1~2분여의 시간이 소요된 후 '자를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가 나오면서 절단이 이뤄졌다.

A교수는 "최근 직장암 수술시 수술용 로봇에 새롭게 추가된 절단 기능"이라며 "절단 부위가 너무 두껍거나 자르기 적합하지 않을 때는 자르기 적정한 상태까지 지긋이 눌러줬다가 자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잘린 직장의 절단면은 매우 깨끗해 암 부위를 제거하고 다른 직장과 이을 때 새는 곳 없이 거의 완벽하게 이어진다는 것이 A교수의 설명이었다.

기존의 개복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과 비교할 때 직장의 자른 면이 일정하지 않아 다른 직장 부위와 연결할 때 틈새로 내용물이 새는 '문합부 누출' 부작용이 로봇 수술에서는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2005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을 당시 17건에 불과했던 로봇 수술이 2014년에는 8,840건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국내에서도 전립선암을 비롯해 대장·직장암의 로봇 수술 적용이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가격이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많게는 1,000만여원이 넘는 수술비를 환자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수술비가 비싸 보편화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로봇 수술은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일생에 한 번 받을 수 있는 암 수술을 최적의 치료로 받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환자의 마음이다. 어떤 환자는 로봇 수술을 받기 위해 빚을 내기도 한다.

정부는 로봇 수술의 건강보험 급여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 로봇 수술이 도입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정부 주도로 이뤄진 '로봇 수술 급여화 공개 토론회'는 지난해 11월 단 한 차례 이뤄졌을 뿐이다. 이마저도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우려한 정부는 물론 낮은 보험수가가 정해질 것을 우려한 의료계 내부의 반대 등으로 보험 적용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이 나왔다.

급속히 늘고 있는 로봇 수술시 환자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가령 로봇 수술의 전면 급여화가 힘들다면 로봇 수술이 불가피하거나 기존의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에 비해 월등히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환자에게만이라도 선별적으로 보험 적용을 해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아울러 국산 수술용 로봇 개발을 적극 지원해 수술비 자체를 낮추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송대웅 사회부 차장 sd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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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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