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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경기와 금융시장의 둔화를 막기 위해 공조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통화당국은 지난 1월에만 2조6,000억위안(약 46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며 금융시장 불안을 막는 데 총력을 다하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양적완화 기간을 연장한 유럽중앙은행(ECB)은 1월 국제유가 급락과 금융시장 불안에 영향을 받아 오는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꺼내 들 수 있음을 예고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성명서 문구를 지난해 9월 수준으로 바꿔 금리 인상 속도를 완만하게 가져갈 것임을 시사했다. 일본도 가세했다. 일본 중앙은행은 최근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새로운 통화정책 단계로 들어섰다.
이 같은 중앙은행 공조에 힘입어 1월 마지막 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 세계 지수(AC World Index)는 0.96% 상승하며 4주 만에 반등했다. 급락했던 상품가격도 오름세를 보였다. 현재의 저점 형성과정은 지난해 8월 말과 상당히 유사하다.
특히 유가반등이 주는 금융시장 안정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정책공조 외에 미국 원유생산 감소 등 공급우려 해소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유가의 추가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의 석유 시추설비 숫자와 원유생산량 사이에는 약 6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 미국 시추설비 수 감소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에는 미국 원유생산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주에 7주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미국 원유생산량이 이러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국제유가의 반등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매매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외국인은 지난해 국내 상장주식을 3조5,000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계 자금은 9조9,00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매도 주체는 영국(5조2,000억원), 사우디(4조7,000억원), 호주(1조2,000억원) 등 유럽과 원자재 수출국으로 나타났다. 유가의 반등은 사우디·호주·노르웨이 등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한 국가의 주식 매도세를 멈추게 할 수 있다. 특히 2015년 하반기에만 4조3,000억원을 순매도한 사우디 자금의 유출 현상이 진정될 것이다. 2008년 이후 사우디 자금의 누적 매매동향을 보면 추가로 나올 수 있는 매도 규모는 2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사우디 자금의 추가 매도 여력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
유럽계 중에서는 영국이 순매도를 주도하고 있다. 영국계 자금은 유로 캐리트레이드와 연동된 매매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계는 유로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률이 개선됐던 3~4월과 9~10월에 순매수세를 보였다. 결국 유럽계 자금은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진정되는 시점에 변화를 보일 것이다. 이달에 유가의 반등,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이어진다면 외국인 매매동향의 변화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