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차이나머니 '식탐과 배탈' 외줄타기


■ 끊이지 않는 먹성
중국화공, 신젠타 인수 임박
52조원…中 해외 M&A 최대 규모
지난해 인수액 62% 껑충 935억弗
中 기업, 글로벌 포식자로 급부상

■ 배탈나는 내실
中 경제둔화 속도 가팔라지면서 외형성장·글로벌 경쟁력에 몰두
국내서는 실적 부진·부채 급증에 회사채등급 잇따라 정크직전까지


중국 기업들이 수년간 쌓아놓은 현금을 무기로 올 들어 잇따라 해외 초대형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안에서는 부진한 실적으로 신용등급이 투기 직전 수준으로 추락하며 양면성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중국 최대 민간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완다그룹의 일부 계열사 회사채가 투자부적격 직전까지 내몰리는 등 일부 대기업 회사채의 경우 정크본드(투기등급 회사채)에 가깝게 떨어져 사실상 '추락한 천사(fallen angel·투자적격 등급을 상실한 기업)'로 간주되는 실정이다.

◇글로벌 M&A의 포식자로 떠오른 중국=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2일(현지시간) 지난해 세계적인 타이어 기업 피렐리를 인수했던 중국 국영기업 '중국화공(CNCC·켐차이나)'이 스위스의 농업생물공학 기업인 신젠타를 조만간 인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CNCC의 신젠타 인수금액이 430억달러(약 52조원)로 알려졌으며 이번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중국 기업의 해외 M&A로는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는 지난 2013년 중국해양석유(CNOOC)가 캐나다의 넥센에너지를 182억달러에 사들인 것이 최대금액이었다.

중국화공은 인수자금의 절반이 넘는 250억달러를 은행 단기대출로 마련할 계획이며 M&A가 마무리되면 신젠타 주식을 취리히거래소에서 상장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적악화에 시달려온 신젠타는 미국 농생물공학 기업 몬산토와 중국화공을 놓고 최종 인수 대상을 조율해왔다. 블룸버그는 "중국인들의 곡물소비 급증으로 식량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농업생산성을 강화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지가 이번 인수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국 기업의 거대 해외기업 사냥은 지난해부터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2014년 577억달러였던 해외 M&A 규모는 지난해 935억달러로 62%나 급증했으며 올 들어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부동산·엔터 기업 완다그룹이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를 35억달러에 인수했고 가전업체 하이얼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 부문을 54억달러에 사들였다.

◇국내에서는 휘청…금융시장 리스크로=중국 기업의 해외 M&A 행진은 역설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중국 대기업들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둔화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외형성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 대기업들은 최근 수익성 악화로 부채가 급증하면서 회사채 등급이 잇따라 투기 수준 직전으로까지 추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는 3대 글로벌 신용등급회사를 인용해 현재 정크본드로 강등될 위기에 처한 중국 기업 회사채 규모가 226억달러(약 27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완다그룹 계열사 완다상업부동산의 오는 2024년 만기 채권에 대한 수익률 프리미엄(7.25%)은 1월22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정크본드 바로 위 수준으로 등급을 떨어뜨리자 0.48%포인트나 뛰어올랐다. S&P는 올 들어 13개 중국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반면 단 한 곳만 등급을 올렸다. 무디스는 그린랜드홀딩스 등 중국의 20개 기업을 투기등급 직전 수준인 'Baa3'까지 내렸다. 이들 가운데 20%는 사실상 정크등급으로 강등될 위기에 처했다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오언 갈리모어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애널리스트는 "추락천사로 전락한 중국 기업들이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위험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용평가사들의 중국 기업 등급 하향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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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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