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1,428번째 무대를 기다리며…맘마미아의 영원한 '샘' 성기윤

2004년 국내 초연부터 12년째 같은 배역

1,427번 무대 오르며 작품과 함께 성장

"공연 끝날 때마다 한 뼘씩 성장…사랑스런 뮤지컬"



“12년간 6명의 도나와 7명의 소피를 만났죠.” 잘 나가는 카사노바의 자기 자랑이 아니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2004년 초연부터 12년간 수많은 여배우와 호흡한 배우 성기윤(사진). 그는 24일 맘마미아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7번째 도나, 9번째(복수 캐스팅) 소피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성기윤은 맘마미아의 장기 근속자다. 미혼모 도나의 딸 소피가 결혼 전날 아빠일지 모를 3명의 남자를 초대해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이 작품에서 그는 아빠 후보 중 한 명인 샘을 연기한다. 2004년 초연 당시 34세의 나이에 샘 배역을 시작한 성기윤은 12년간 같은 배역을 연기했다. “2011년 8번째 시즌(내한 제외)까지 무대에 오른 횟수만 1,427번이에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를 빼곤 한 회도 거르지 않고 맘마미아 공연을 했어요.” 뮤지컬 배우 인생 25년 중 절반이 맘마미아다. 이쯤되면 이 작품의 살아있는 화석이다. 맘마미아 국내 제작사는 성기윤이 1,000회 무대에 섰을 때 감사의 의미로 그의 사진으로만 이뤄진 프로그램북을 만들어 줄 정도였다.

맘마미아와 함께 배우로서 성장했다. “30대에 정동환·유인촌 선배의 친구 역을 할 정도로 노안이었다”는 성기윤은 마음을 비우고 초연 오디션에 임했다. “그래도 자식 있는 중년 남자 배역은 무리라는 생각에 ‘커버(주요 배역의 배우에게 사정이 생기면 대신 무대에 오르는 배우)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정말 편하게 오디션을 봤어요. 그런데 그 모습을 심사위원들이 좋게 보고 저를 캐스팅했죠.” 남자 응시자 중 막내였던 성기윤은 그렇게 샘 역을 거머쥐었다.


노래하고 춤추며 땀 흘리는 동안 12년이 훌쩍 흘렀다. 초연 때 고작 세 살 차이였던 소피(배해선)와의 나이 차는 매년 벌어졌고, 이번 공연에서 소피를 맡은 소녀시대 서현은 딱 스무 살 아래다. 휴대폰으로 서현의 생년을 검색하던 성기윤은 “사고 쳤으면 정말 그 만한 딸이 있을 나이가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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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같은 배역을 연기했지만, 단 한번도 같은 연기를 한 적은 없다. 작품과 함께 나이 먹으며 연기도 성숙해졌고, 캐릭터를 이해하는 마음도 달라졌다. 이번 공연에선 ‘덜어내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어린 시절 시작한 배역이라 잘 알지 못하는 감정을 막연히 상상해 표현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젠 샘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됐고, 그래서 대본도 새롭게 보이더군요. 그동안 해 왔던 연기에서 과했던 부분도 눈에 들어 오고요.”

작품에 대한 애정도 매년 깊어지고 있다. 그의 말마따나 맘마미아의 큰 줄기는 ‘소피의 성장 드라마’고, 주인공도 엄밀히 따지면 도나와 소피다. 정작 본인은 ‘주변 인물’일 수 있는 이 작품을 성기윤이 사랑하는 이유는 하나. 유쾌한 성장이다. “재밌는 게 뭔줄 아세요? 공연이 끝날 때 보면 주인공은 물론 모든 배역이 한 뼘 성장해 있다는 걸 관객 모두가 느낀다는 거예요. 이 매력에 맘마미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니까요.”

그동안 뮤지컬 무대에 주로 서 온 성기윤은 활동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지난해 촬영을 마친 영화 ‘연어’와 ‘아빠가 돌아왔다’는 연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 때 “‘뮤지컬만으로도 먹고 살만하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려 무대에 열중했다”는 그는 “어느 순간 30대 후반의 후배들이 내가 있는 이 자리를 간절히 바라며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나를 위해, 후배를 위해 더 다양한 활동하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권욱기자ukkwon@sed.co.kr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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