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천공항 폭발 의심물 용의자 검거] "취업 안되고 짜증나서 범행" 고학력자의 삐뚤어진 행동

대학원 졸업한 30대 기혼男

돈 궁해지자 사회에 불만 품어

영화서 본대로 폭발물 만들어

테러단체와 연관은 없는 듯

'인천공항 폭발물 의심' 용의자 체포…무직 한국인
인천공항에 폭발물 의심물체를 설치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A씨가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 1월29일 인천공항을 이용한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인천=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화장실에 폭발 의심물을 설치한 뒤 아랍어로 된 경고문을 남긴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용의자는 대학원을 졸업한 뒤 취직이 안 된 데 불만을 갖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국제공항경찰대는 3일 오후11시30분께 인천공항 1층 C입국장 7번 출구 옆 남자화장실에서 폭발물 의심물체를 설치한 용의자 A(36)씨를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인천공항 1층 폐쇄회로(CC)TV 84대를 사건 시간대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결과 묵직한 쇼핑백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간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에 들어가 사건 발생 6일 만에 서울 구로구 아파트에서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대학원에서 음악을 전공했지만 취업이 쉽지 않았다. 또 결혼한 아내와 갓 태어난 아이도 있었다. 갈수록 돈이 궁해지자 사회에 대한 불만이 생겨났다. 이에 영화에서 본 것을 토대로 부탄가스통을 이용해 폭발물 의심물체를 만들었고 급기야 지난 1월29일 인천공항 화장실에 설치했다.

A씨는 '이것은 마지막 경고다. 너에게 관련된…. 알라가 처벌할 것이다'라는 뜻이 담긴 아랍어 경고문도 남겼다. 구글 검색기를 이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때 이슬람국가(IS) 등과 연계된 테러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경제난에 몰린 국내 고학력자의 엇나간 불만 표출이었다. A씨는 전과, 정신질환 병력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테러단체와의 직접적인 연관성도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추가 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범죄에 대해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사회 탓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반(反)사회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좌절과 분노를 드러낼 대상이 내부로 향하면 자살을 시도하고 외부로 향하면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한 '묻지 마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고학력자의 경우 자신이 충분히 노력했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여기는 경향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더구나 취업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범죄 발생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윤우석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경제위기 상황과 범죄 발생의 관계'라는 논문은 IMF 경제위기 때 실업이 증가하면서 살인·강도 등 폭력범죄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구직자 중 대졸 이상 고학력 구직자 비중은 2008~2009년 19.8%에서 2010~2014년 22.6%로 증가했고 15세에서 29세까지의 청년실업률은 2011년 7.6%에서 지난해 9.2%로 높아지는 등 취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인천=장현일기자 hichang@sed.co.kr 이완기기자 kinger@sed.co.kr


관련기사



이완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