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황영기 금투협회장 간담 "은행 투자일임업 진출 허용해선 안돼"

"자기자본 확충 리스크 커져 국가 금융시스템 전반에 부담"

은행 진입 움직임 사전 차단

황영기 금투협회장 기자간담회1

황영기(사진)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이 "은행이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은행업계가 오는 3월 도입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앞두고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황 회장은 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이 투자일임업에 뛰어드는 것은 은행의 코어 비지니스(본질적 업무)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금융업 체제 근본을 흔드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회장의 이날 발언은 은행권의 투자일임 업무 진입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ISA와 관련해 "각 은행이 자사 예·적금 상품을 편입할 수 있도록 일임형을 허용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투자 일임업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고객이 투자 자산과 상품 등에 투자해달라며 맡긴 돈을 관리, 운용하는 금융투자업 고유의 업무이며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다.

황 회장은 "은행은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금융기관으로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투자형인 '투자일임' 상품을 판매했다가 손실이 나면 고객 민원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은행은 운용 전문가들이 있는 곳도 아니고 투자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도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황 회장은 이어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면 자기자본 확충에 부담이 생기고 운영 리스크가 커져 결국 국가 금융 시스템 전반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다만 "3월부터 도입되는 ISA에 편입되는 신탁상품의 경우 부분적으로 규제 완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대일 계약인 신탁형은 현재 광고도 할 수 없고 규정상 자사의 예금을 편입할 수도 없다"며 "공정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허용하고 예금은 일정 비중을 정해 편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최근 지수 급락으로 녹인(Knock-In) 우려가 커지고 있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해 "아직 우려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ELS 물량 중에 2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것은 1조원 남짓이며 97%에 해당하는 홍콩H지수 ELS가 2년 후 만기가 온다"며 "현재 홍콩H지수는 역사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이외에도 금융투자업계가 빠르고 도입하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활성화되려면 비대면 본인 확인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증권사에 가지 않더라도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로보어드바이저 등 핀테크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며 "지점이 없던 중소증권사들도 실력만 있다면 온라인을 통해 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 증권사에 대한 접근성도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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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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