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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2개국(G2) 리스크, 저유가 및 신흥국 불안에 따른 수출급감, 소비절벽에 따른 내수경기 침체 등 대내외 여건이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북한발 리스크까지 뒤섞이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칵테일 위기(dangerous cocktail of risks)'에 직면해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양상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리스크가 기존 리스크와 연계될 경우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거시경제) 경로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과거 경험에 비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겹쳐 충격이 커지는 칵테일 효과가 나타나면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될 경우 가뜩이나 부진한 수출, 급증하는 가계부채 등 약한 고리가 언제든 균열을 일으켜 실물경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힘이 부치는 거시경제가 정상적인 성장 궤도를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인천 소재 수출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경제 문제는 (서로 어려운 관계에 놓여 있다고 해도) 그 나름대로 돌아가는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북한의 도발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의가 급진전하자 중국이 경제적 보복조치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일각의 우려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과거 경험을 보면 2~3일 지나면 금융시장·외환시장이 안정화됐는데 이번에도 미사일 발사 그 자체의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유 경제부총리의 인식은 과거 북한 리스크에 대한 학습효과에 기인한다. 기재부의 분석에 따르면 대포동 2호 발사,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이 발생했을 때 금융시장이 받는 충격은 일시적이었다. 짧게는 바로 다음날, 길게는 보름여가 지나면 리스크가 소멸해 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이는 북한 리스크가 개별적으로 돌출했을 때 얘기다. 지금은 해외발 악재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 불가다. 이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지난 설 연휴 기간에 미국과 일본·유럽 등 주요 국가의 주가는 급락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채권값 상승)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중국 경제 불안, 국제유가 추락 등으로 금융시장에서 위험회피 현상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런 것은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워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그동안 북한 리스크라는 악재에 내성이 생겨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여러 리스크가 상존하는 가운데 또 하나의 리스크가 추가됐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세종=김정곤기자 김상훈기자 mckid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