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서 35㎞ 가량을 달려 서귀포시 표선면의 넓은 들판에 이르자 묵묵히 바람을 맞고 선 풍력발전기 10기가 눈에 들어온다. SK D&D가 지난해 2월 표선면 2만7,000㎡ 부지에 준공한 가시리 풍력발전단지의 풍광이다. 지난 12일 찾은 가시리 풍력발전단지에 상주하는 SK D&D 인력은 고작 세 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발전소가 운영된 지난 1년 동안에만 1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거둔 ‘공신’이다. 가시리 풍력발전단지에서 근무하는 강보민 SK D&D 과장은 “지난 1년 가시리 발전소에서 거둔 성과에 대해 사내에서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웃음을 지었다.
가시리 풍력발전단지는 연간 7만8,000MW의 전력을 생산한다. 2만 가구가 1년 내내 쓸 수 있는 규모다. 준공한 지 8년 이내에 투자비 850억원을 회수하고 나면 최소한 20년 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는 SK그룹을 통틀어서도 첫 풍력발전 사업이다. 가시리 풍력발전단지에서 밝은 전망을 확인한 SK D&D는 앞으로 전국 곳곳에서 풍력발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2 ·4분기 경북 울진에서 착공할 60MW 발전소는 오는 2018년 준공될 예정이다. 같은 규모의 군위 풍력 발전소도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다.
특히 울진 사업부터는 EPC(설계·조달·시공) 방식으로 진행, 사업 다각화도 노린다. 수 년 내로 육지가 아닌 바다 위에도 풍력발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해상 풍력발전소의 경우 토지 보상 등의 제약이 없어 200MW 상당의 대규모로 지을 수 있다.
지난 2004년 부동산 디벨로퍼(개발업체)로 출발한 SK D&D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발을 들인 것은 우선 그만큼 수익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회사가 개발한 부동산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얹어 운영하는 사업 모델이었다. 수익성이 검증되면서 태양광뿐만 아니라 풍력으로도 영역을 확대했다.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공급하면서 수익을 얻는 한편 신재생 에너지 발전사업자에 주어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판매로 부가 수익도 거두고 있다.
아직 SK D&D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가량에 불과하지만, 발전소가 늘어나면서 꾸준히 매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함윤성 SK D&D 사장 역시 “본업인 부동산 경기가 부진하더라도 이미 지어둔 신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라고 강조한다.
수익 이외의 강점도 있다.
가시리에서 생산되는 풍력 에너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 3만6,000톤, 원유수입량을 연 1만6,500톤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제주도가 오는 2030년까지 100% 신재생 에너지만 소비하기 위해 추진 중인 ‘카본 프리(Carbon free) 아일랜드 2030’ 프로젝트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SK D&D는 ‘함께 살아가는 에너지를 만드는 일’이라는 슬로건으로 자사의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SK D&D의 신재생에너지 실험은 SK그룹 내에서도 주목받는 프로젝트다. SK는 지난달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글로벌성장위원회 내에 에너지 신산업 추진단을 신설했으며, 이달 중으로 추진단 구성원 수십 여명의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글로벌성장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정준 SK E&S 사장 등은 에너지 신산업과 관련된 글로벌 트렌드를 연구하는 등 사업 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향후 에너지 신산업 추진단을 ‘에너지 신산업 성장 특별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본격적인 사업 육성에 나설 방침이다. /제주=유주희기자 ginge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