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박 대통령 국회연설]'햇볕·대화' 대신 '제재·압박'… 對北게임의 룰 180도 바꾼다

전략적 인내 임계점 넘어 폭주하는 김정은정권 겨냥 "강력한 실효적 조치" 경고

美·日과 이미 공감대 형성… 北 태도변화 핵심열쇠 쥔 中 설득 끌어내는게 숙제

박근혜 대통령, 국회연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한 안보위기 등과 관련해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며 새누리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권욱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연설에서 대북정책이 근본부터 바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도 구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햇볕' '인내' '대화'는 사라지고 '제재' '압력' 등을 통해 김정은 정권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도 꾀할 수 있다는 강력하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했다.

핵을 앞세운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 옥죄기에 속도를 내는 등 '게임의 룰' 자체를 주도적으로 변화시켜나가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햇볕 대신 정권교체 겨냥한 제재와 압박=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54회), 핵(23회), 도발(20회), 제재(19회) 등에 대해서는 단호한 어조로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대화'라는 단어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향후 대북정책의 방향을 예고한 대목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기다렸던 '전략적 인내'가 임계점에 달한 만큼 더 이상 햇볕이나 대화정책에 매달리지 않고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강력하면서도 실효적인 제재와 압박정책으로 방향 전환을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경제 병진정책을 고수한다면 국제사회와 더불어 정권교체에 나설 수도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냈다.

박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이 독자적인 대북제재안을 마련한 것을 거론하면서 "더 이상 김정은 정권의 극단적 행동을 묵과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에만 제재를 의존하는 무력감을 버리고 우리 스스로 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정책이 180도 바뀔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는 한 기존 대북정책의 핵심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남북협력 3종 세트'는 더 이상 가동시키지 않고 중단하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결연한 의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7일) 이후 지난 9일 행해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구체적인 방향성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압박을 위한 '3각 공조'에 3국 정상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에 세컨더리 보이콧 재량권 부여(미국), 대북송금 제한(일본),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한국) 등 일련의 대북 압박조치는 3국 정상 간 공동인식에 따른 결과물로 해석된다.

◇북(北) 변화 열쇠는 중국, 중(中) 설득해야=북한 김정은 정권의 태도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마스터키를 쥐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거부권을 갖고 있는 중국의 협조와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북한 레짐 체인지, 비핵화 등은 그야말로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실효적 조치에 대해 "우리는 동맹국인 미국과의 공조는 물론 한미일 3국 간 협력도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와의 연대도 계속 중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5자 간 확고한 공감대가 있는 만큼 이들 국가도 한반도가 북한의 핵 도발로 긴장과 위기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공감대가 실천돼 갈 수 있도록 외교력을 집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추가 제재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을 설득해 강력한 유엔 결의안을 마련하는 데 외교력을 모으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북한 제재가 강해질수록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박 대통령의 딜레마가 있다. 한국과 국제사회가 협공하는 '사상 최고의 제재압박'에 북한이 한반도 위기국면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5차 핵실험이나 국지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180도 변화된 박 대통령 대북정책의 성공 여부는 국제사회 공조, 굳건한 안보와 응징 의지에 더해 중국의 동참을 유도할 수 있는 외교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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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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