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세종시 돋보기] 수출 절벽에… '책임제' 도입한 산업부

당시 물가관리 실무 사령탑으로

기재부 차관보였던 주형환 장관

담당국장에 새 수출품 발굴 독려

수출이 지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장기간(14개월) 마이너스를 경신할 태세입니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저유가로 4년 만에 무역 1조달러가 붕괴했다는 얘기가 나오더니 새해 들어서도 매월 제목만 바꿔 '최악'이라는 타이틀이 붙고 있습니다.

절벽 끝으로 떠밀리는 수출을 보다 못한 주형환(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수출 책임 담당관'이라는 칼을 빼 들었습니다. 반도체와 자동차·철강·화학·조선 등 주력 품목을 담당하는 국장들에게 신규 수출 품목과 수출 시장을 찾으라는 엄포입니다. 품목 담당국장들은 최근 수출액이 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차세대저장장치(SSD) 같은 수출품을 매월 찾아 보고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통상라인도 수출 총력 체제에 가세했습니다. 지역별 수출 현황을 체크가 주 임무입니다. 지난 정부 때 물가가 치솟자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관리 책임 실명제를 실시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담당 부처 과장들이 물가를 찍어 누르느라 배추국장·무과장으로 불렸던 것과 비슷합니다. 공교롭게도 당시 물가관리의 실무 사령탑으로 '물가안정책임관회의'를 주재한 이가 기획재정부 차관보인 주 장관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각 국장이 책임지고 수출을 늘리라는 취지죠.

주 장관의 강수는 담당 국장들을 다잡아 긴장감과 책임감을 높이는 데는 긍정적입니다. 다만 수출을 살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수출은 공무원이 더 열심히 안 해서가 아니라 금융위기 상흔에서 회복하지 못한 선진국 경제와 중국의 성장률 둔화, 저유가에 따른 중동·신흥국가 경기부진이라는 대외여건이 가장 큽니다. 무엇보다 지난 10년간 우리 수출을 이끌어왔던 조선·철강·화학 등 주력 수출 품목의 경쟁력이 후퇴하고 있고 대체할 신규 산업은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국장들을 아무리 채근해도 글로벌 신산업 물결 앞에 주력 산업 수출은 앞으로 고개를 숙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드론 국장이나 스마트카 국장, 포스트2020(신기후체제) 국장으로 불러 10년 뒤 미래를 책임질 산업을 육성하고 있느냐고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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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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