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터줏대감 아가방 저출산 직격탄에 퇴장

■ 2006 - 2016년 '베페' 참가사로 본 육아산업 지형도

지난해 2월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베페 베이비페어에 방문한 임산부가 유모차를 고르고 있다. 베페는 18일부터 나흘간 상반기 박람회를 진행한다./사진제공=베페지난해 2월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베페 베이비페어에 방문한 임산부가 유모차를 고르고 있다. 베페는 18일부터 나흘간 상반기 박람회를 진행한다./사진제공=베페





10년새 신생아 63만→40만… 분유·의류 소비급감 뒤안길

매일유업도 부스 운영 포기

건강·프리미엄 전략 앞세운 가전제품 점유율 큰 폭 증가

카시트 3→7·유모차 7→26곳




‘아가방·매일유업 퇴장하고, 코웨이·스토케 들어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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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직격탄을 맞은 육아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분유와 유아 의류업체는 급감한 신생아와 불경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건강·프리미엄 위주의 라이프스타일을 내건 가전, 유모차업체 등은 생존동력을 확보하며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17일 국내 최대규모 영유아 박람회인 베페 베이비페어(이하 베페)가 지난 10년간 참여업체를 조사한 결과 출산용품의 대명사였던 아기 의류 부문은 전체 규모가 75개사에서 140개사로 늘어났는데도 참가사는 12곳으로 동일했다. 같은 기간 분유를 포함한 유아 식품 분야도 6곳에서 4곳으로 줄었다.

유아 의류업체 1, 2위인 아가방앤컴퍼니와 제로투세븐이 대표적이다. 아가방은 2005년부터 베페에 참여한 터줏대감이지만 지난해부터 자리를 뺐다. 의류 매출이 급감하면서 2010년 들어 스킨케어 브랜드 퓨토를 홍보하는 등 부스 활용 다각화에 나섰으나 중국에 회사가 매각된 후 판관비 삭감지시로 인해 1억원 이상의 부스 인테리어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로투세븐 역시 지난해부터 행사에 불참하고 있다.

독일, 호주 등 해외분유의 공격에 맥을 못 추는 국내 분유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2010년대 초까지 전시장 중심에 대형부스를 세우고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지만 저출산에 따른 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박람회를 떠났다. 베페 공식협찬사였던 매일유업의 경우 2012년부터 제일 큰 전시장을 운영해왔으나 올해는 참여를 포기했다. 분유업계에선 파스퇴르만 유일하게 참가한다.

반면 이들의 빈 자리는 가전, 유모차 등 다른 업체들이 채우는 양상이다. 2006년 베페에 참여한 가전 회사는 단 한 곳도 없었지만 올해는 위닉스와 코웨이, 에어비타, 캐논, 후지필름 등 5곳이 이름을 올렸다. 가전 제품군의 부스 점유율도 지난해 2월 4.3%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7.3%로 배 가까이 늘었다. 메르스 사태와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으로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소독기 수요가 많아졌고, 가족사진을 주로 찍는 아빠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카메라도 인기가 높아진 덕분으로 분석된다. 베페 관계자는 “심각해지는 환경오염 탓에 아기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가전제품을 찾는 부모가 크게 늘었다”며 “업체들 역시 가전제품 소비가 아이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 때문에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 전략으로 무장한 카시트와 유모차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상대적으로 값비싼 카시트는 지난 10년간 3곳에서 7곳으로, 유모차는 7곳에서 26곳으로 급증했다. 몇 년전부터 알짜배기인 중·대형 전시장은 스토케·콤비코리아·세피앙·리안 등 프리미엄 유모차와 카시트 회사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유모차 브랜드 관계자는 “신생아 수는 줄고 있지만 한 아이를 통해 끌어낼 수 있는 매출을 최대한 올려야 한다는 ‘프리미엄 전략’을 대다수 업체들이 택하고 있다”며 “부모와 조부모 등 6명이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육아환경과 부피가 큰 제품 특성상 해외직구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버틸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전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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