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우간다의 봄


우간다에 사는 아이들은 밤이 되면 담요를 한 장씩 들고 시내로 모여든다. 도착까지 한두 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지만 마다하지 않고 한데 모여 잠을 청한다. 집에 있다가는 언제 반군에 잡혀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반군들은 밤이면 마을에 찾아와 아이들을 납치하고 사람들을 죽인다. 납치된 소년은 군사훈련을 받고 총알받이로 거듭나고 소녀는 반군들에게 강간당하곤 한다. 반군에 납치됐다가 아이를 낳고 돌아온 소녀를 이곳에서는 차일드 마더(child mother)라고 부른다.

우간다 아이들의 지옥 같은 삶은 현 대통령인 요웨리 무세베니가 집권한 1986년 이후 더 심해졌다. 무세베니가 우간다 내전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은 뒤 이에 반대하는 반군과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우간다는 서로 죽고 죽이며 기아와 에이즈가 판치는 아수라장이 됐다. 무세베니는 정권을 잡은 초기만 해도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경제개혁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면서 독재 야욕을 드러내 정당 설립을 금지하는 헌법을 공포해 야당의 싹을 자르더니 2005년에는 헌법의 대통령 3선 제한 조항을 없애 종신 대통령의 길을 텄다. 2006년에는 반대 세력인 아콜리족 200만명을 200곳의 강제수용소로 보내 격리하는 반인륜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우간다는 민주주의를 경험한 적이 없다. 1962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헌법을 정지시키고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밀턴 오보테는 철권정치를 펴다 1971년 이디 아민의 쿠데타로 축출됐다. 아민이 통치한 8년은 더 극심한 인권유린이 자행됐다. 1978년 국제사법재판소는 이 기간 적어도 10만명 이상이 테러로 살해된 것으로 추정했다.

우간다가 대선·총선 투표를 실시한 18일 야당 대선 후보인 키자 베시계가 체포되고 일부 지역에서 투표가 지연되면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다. 무세베니의 5선 연임이 유력한 상황에서 부정선거까지 자행된다면 우간다의 민주화는 영영 물 건너간다. 우간다의 봄은 언제 오려나.

/한기석 논설위원


관련기사



한기석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