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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 운용사로 설립 20년을 맞은 신영자산운용이 연간 4~5%의 '착한 수익률'을 올리며 50년 이상 굴릴 수 있는 펀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치투자를 전문으로 한 20년 동안 한 길만 걸어왔다"며 "기업의 수익과 배당에 모든 투자철학이 담겨 있다. 앞으로도 고객들에게 최소한 만족스러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의 마이너스금리·디플레이션 시대는 '투자의 빙하기'라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적어도 4~5% 수준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착한 펀드'로 한 자리에서 50년 이상 운용될 수 있는 펀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지난 1996년 신영투자신탁운용으로 출발한 신영자산운용은 그동안 '시장이 아닌 기업에 투자한다'는 원칙에 따라 장기투자를 견지해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신영자산운용의 국내주식형펀드 순자산은 5조4,289억원으로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에 이어서 4위이다. 하지만 신영자산운용의 수탁액은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펀드 등을 운용하지 않고 국내주식형 액티브펀드만으로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뚝심 있는 운용은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13년간 운용한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이 561.03%에 이르며 최근 1년 동안에도 5.84%의 준수한 수익률을 냈다. 또 다른 대표펀드인 '신영마라톤'펀드도 설정 이후 14년간 429.79%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허남권 부사장(최고투자책임자·CIO)은 자산운용업계 대표적 스타 펀드매니저로 올라섰다.
신영자산운용은 앞으로도 투자의 무게 중심을 대형주·가치주 및 배당주에 두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허 부사장은 "최근 2년 동안 국내 증시가 중소형주 위주로 수익이 발생했고 투자비중도 높았지만 현재는 무게중심을 대형 가치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치투자 관점에서 이들 기업의 주가는 아무리 업황이 나쁘다고 해도 더는 잃을 게 없는 수준"이라며 "가치투자는 기대하지 않은 수익을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투자전략이기 때문에 마이너스금리 시대 투자자산이 더욱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대상 기업을 결정할 우선 기준으로는 지주회사와 같이 대주주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기업을 제시했다. 허 부사장은 "최근 주가 폭락 당시에 지주회사 혹은 지주회사의 성격을 갖는 기업의 지분을 늘렸다"며 "배당은 대주주들이 지분 보유에 따른 이익을 합법적으로 가져가는 방법이기 때문에 지주회사의 배당률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어 수익성 제고 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장은 인덱스펀드와 ETF 등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최근 수년간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