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경영, 서비스, 사회공헌활동 등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활동들로 다른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경쟁업체들은 물론 스타벅스 미국 본사와 다른 나라 스타벅스 관계자들도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여러 활동에 관심을 갖고 이를 체험하기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아올 정도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스타벅스의 한국 법인이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제일 돋보이는 곳이 한국인 데가 있더라고요. 바로 우리 주변에요. 그게 뭔지 아세요?” 지난 몇 개월을 미국에서 지내다 온 취재원 한 명이 뜬금없이 물었다. 공항? 면세점? 치킨집? 취재원은 자기가 생각한 정답이 아니라고 했다. 취재원은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도시? 빌딩촌? 지하철? 취재원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마치 대단한 비밀이라도 알려주는 양 목소리를 낮췄다. “바로 여기요. 스타벅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이직이라도 하려는 참이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픽업 코너에서 바리스타가 외쳤다. “스벅(스타벅스의 줄임 표현) 죽돌이 고객님.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얼마나 죽치고 있는 사람이길래 하며 주위를 둘러보려는 순간, 앞의 취재원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네, 갑니다.”
어안이 벙벙해진 기자에게 취재원은 방금 받아온 아메리카노를 내밀며 말했다. “어때요? 굉장하죠? 주문하러 가지도 않았는데 이 아메리카노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이게 바로 제가 이번에 회사에 제출해야 할 보고서의 주제입니다.” 말문이 막힌 기자에게 취재원이 덧붙였다. “아, ‘스벅 죽돌이’는 제가 스타벅스에 등록한 제 닉네임이에요. 재밌죠?”
◆ 콜 마이 네임·사이렌 오더 서비스 눈길
앞서 이야기한 취재원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혁신적인 두 가지 서비스를 이용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2014년 1월부터 운영 중인 ‘콜 마이 네임(Call My Name)’ 서비스와 같은 해 5월 론칭한 ‘사이렌 오더(Siren Order)’ 서비스다. 콜 마이 네임은 픽업 코너에서 고객이 스타벅스 홈페이지에 등록한 닉네임을 불러주는 서비스이고, 사이렌 오더는 주문 대기열에 줄을 서지 않고도 스타벅스 앱을 이용해 음료를 주문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두 서비스 모두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70여 개국의 스타벅스 매장들 가운데 한국 매장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서비스들이다.
이 중 콜 마이 네임 서비스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흥미롭다. 서규억 스타벅스커피코리아 홍보·사회공헌팀 팀장은 말한다. “아시다시피 스타벅스에선 진동벨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직원이 무슨 무슨 음료 나왔다고 불러주죠. 원래는 이름을 같이 불러줘야 해요. ‘톰, 여기 커피 나왔습니다’처럼요. 그런데 이게 한국 정서와는 안 맞잖아요. 한국 사람들은 보통 ‘커피 한 잔 마시는데 무슨 이름까지 알려줘야 해’라고 많이 생각하죠. 미국 본사에서는 이런 한국 상황을 고려해도 진동벨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바리스타와 고객의 정서적 교감을 중시하는 스타벅스의 철학에 어긋난다는 거였죠. (진동벨을) 여러 사람이 쓰니 위생에도 안 좋을 수 있고요.”
본사 방침이라곤 하나 한국 매장에서 직원이 고객의 이름을 부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한국에 스타벅스가 처음 들어온 게 1990년대였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 그래서 한국 매장에선 고객 이름 대신 ‘아메리카노 두 잔 주문하신 고객님, 아메리카노 두 잔 나왔습니다’ 식으로 변형해 주문 고객을 호출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온라인을 활용한 서비스와 이벤트가 많이 진행되면서 홈페이지에 등록된 고객 수가 많아지자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재밌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스타벅스 홈페이지에 등록된 고객의 닉네임을 불러주자는 것이었다.
서규억 팀장은 말한다. “원래 한국인들이 해학이 넘치잖아요. 매장에 앉아 있다 보면 별의별 닉네임이 다 나와요. ‘꼴에 스벅 오신’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분도 있더라고요. 바리스타가 부를 땐 ‘꼴에 스벅 오신 고객님’이 되는 거죠. 이런 게 재밌으니까 콜 마이 네임 서비스가 큰 히트를 쳤어요. 이름을 부르지 않고도 스타벅스가 강조하는 바리스타와 고객의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게 됐죠. 우리 직원이나 고객 모두에게 유쾌한 경험이잖아요. 이런 분위기에 동참하고 싶어서 일부러 스타벅스 홈페이지에 접속해 온라인 서비스 등록을 하시는 분들도 늘어났고요.”
◆ 드라이브 스루 1호점 탄생의 비밀
스타벅스는 2012년부터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매장을 운영 중이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고속도로 요금 정산소처럼 고객이 차를 탄 채로 음료를 주문하고 받을 수 있는 매장이다. 흥미로운 건 국내 1호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한적한 경북 경주시 보문로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출근길에 잠깐 들러 커피를 테이크아웃 할 수 있도록 고안된 매장임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에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서규억 팀장은 말한다. “미국 본사에서도 황당해했다고 합니다. 이런 사례가 없었다고 해요. 미국 본사에선 대도시, 그 중에서도 거주지와 직장 사이에 만들어야지 왜 그런 곳에 만드느냐고 의아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수요 조사를 해보니까 경주는 인구 밀도도 낮고 등록된 차량도 얼마 안 되는 지역이었거든요. 보통 매장 하나 열겠다고 하면 4개월이면 뚝딱 여는데, 보문로점은 본사와 의견 조율을 많이 하느라 론칭하는 데 1년 6개월이나 걸렸습니다.”
경주 보문로 매장을 드라이브 스루 매장으로 열겠다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아이디어는 역발상의 결과였다. 경주는 인구 27만 명의 작은 도시다. 그런 경주에서도 보문로는 사무실 밀집 지역이나 역세권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벌판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이곳에서 가능성을 엿보았다. 경주는 상주인구는 적지만 연간 관광객이 800만 명을 넘어서는 곳이다. 이들 관광객이 보문로를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하게만 만들 수 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서규억 팀장은 말한다. “스타벅스 보문로점이 들어서기 전까지 보문로는 주변 풍광은 탁월했지만, 사람들이 앉아서 쉴 곳조차 드문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쓱 보거나 잠시 차를 세워놓고 둘러보는 정도가 다였죠. 이 부분이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차 타고 지나가다가 잠시 멈춰서 본다? 손에 커피 한 잔 들려 있으면 더 운치 있잖아요. 전통적인 개념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 입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거 되겠다’ 하고 생각한 거였죠.”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2012년 9월 보문로에 비교적 작은 규모로 드라이브 스루 1호 매장인 보문로점을 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보문로점은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위치한 매장 중 유일하게 국내 스타벅스 매출 순위 톱10 안에 드는 매장이 됐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내친김에 보문로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보문로점보다 더 큰 규모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 보문호수점을 열었다. 보문호수점은 경주가 품고 있는 독특한 신라 유적지의 분위기를 매장에 녹여내면서 최근 경주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기도 했다.
◆ 대통령도 칭찬한 리턴맘 프로그램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는 서비스 혁신이나 경영 혁신 사례만 있는 게 아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독특한 사회공헌활동으로도 유명하다.
스타벅스는 세계 곳곳에서 다양하고 독특한 사회공헌활동들로 주목을 많이 받고 있다. 스타벅스 본사 차원의 의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더 특별하다. 미국 본사에서조차도 놀랄 정도다. 서규억 팀장은 말한다. “저도 처음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합류했을 땐 깜짝 놀랐습니다. 뭐 이런 활동을 다 하나 싶었죠. 독특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좋은 결과를 많이 내다 보니 미국 본사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있습니다. 미국 본사에서 하지 않는 독립된 활동들도 많이 인정해주고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사회공헌활동은 임직원들이 돈을 모아서 기부하는 식의 그런 평범한 활동들이 아니다. 운영이 어려운 자립카페(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고용해 운영하는 카페. 복지관이 운영한다)를 통째로 리뉴얼해주고 전문 바리스타들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커피를 내리는지, 또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지를 교육해주는 식이다. 이른바 재능기부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재능기부를 받은 자립카페들을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선 ‘재능기부카페’라고 부른다. 재능기부카페 4호점, 5호점 개장 땐 각각 조윤선, 김희정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장애인 고용이나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최초로 장애인 부점장이 탄생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해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리턴맘 프로그램’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며 칭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블룸버그 등 외신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지역사회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리더 양성, 청년 인재를 키우는 커뮤니티 스토어 운영, 낙농가 소득증대를 위한 우유사랑라떼 출시 등 여러 가지 돋보이는 사회공헌활동들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하 박스 기사>
◇ 아줌마로 돌아온 스타벅스의 에이스
2000년대 중반, 스타벅스 서울 남부터미널점에서 한 남성이 어떤 여성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데이트 신청을 받은 여성은 매장 점장이었던 김정미 씨. 커피를 싫어한다던 이 남성에게 진정한 커피 맛을 일깨워준 장본인이었다. 둘은 곧 연인 사이로 발전했고 결혼에까지 이르렀다.
2007년 김정미 점장이 돌연 스타벅스를 떠났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7년간이나 몸담았던 정든 직장을 떠난 이유는 육아 때문이었다. 에이스라 불릴 정도로 실력 있는 그였지만, 육아 문제로부턴 자유로울 수 없었다. 눈물의 송별식 이후 그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삶을 살아갔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했지만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남편도 뛰어난 바리스타였던 부인의 재능이 너무 아깝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그에게 기쁜 소식을 알려줬다. 스타벅스에서 리턴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2013년, 그는 마침내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왔다. 현재 그는 스타벅스 김포장기점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시간선택제로 일하고 있다. 직책은 부점장이다.
김정미 부점장은 말한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공백기가 너무 길다 보니 처음엔 걱정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제가 아줌마이기 때문에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을 십분 발휘해가며 다시 능력을 인정받고 있어요. 시간이 좀 더 지나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다시 종일제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사회에서 인정받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