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인상주의 같이 보실래요] 고흐가 전하는 감동, 사진으론 못 느껴요

<7> 배우 이제훈

짧은 붓질로 작품 만드는 신인상주의 입체적 캐릭터 만드는 배우와 비슷

취약계층 아동과 전시 보겠단 약속

꼭 지키겠다며 한가람미술관 찾아 오디오가이드 목소리 재능기부도

이제훈
배우 이제훈이 지난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특별전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를 관람하고 있다. /권욱기자


"빈센트 반 고흐의 '랑글루아 다리'를 실물로 만나니 아무리 정교한 사진도 원화(原畵)의 느낌을 다 전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겠더라고요. 어쩜 이렇게 색감을 표현했는지, 또 백 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 색을 유지했는지 대단합니다. 무너져버린 다리가 이 그림 때문에 재건됐대요. 감동이 커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천만 영화 못지않다'는 호평에 회를 거듭할수록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인기몰이 중인 tvN 드라마 '시그널'의 주연 배우 이제훈(32)이 지난 22일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 전시가 한창인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을 찾았다.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그가 빠듯한 시간을 쪼갠 것은 '드림스타트 취약계층 아동 및 보호자'와 함께하기로 한 전시 감상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제훈은 이 전시의 오디오가이드 제작에 목소리를 '재능기부'했다. "연기를 하는 시간 외에 자신을 채우는 과정의 하나로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 충전한다"는 그는 "오디오가이드에 담긴 목소리와 설명이 도움되기를 바라고 자라는 아이들이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문화적 자양분을 얻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은 이제훈은 지난해 프랑스 여행 중에도 미술관 관람에 공을 들였다. 이번 전시로 당시의 감상을 떠올린 그는 "미술작품을 만들어내기까지는 고통을 감내하는 힘든 시간일 테지만 몇 세기를 거치며 많은 사람의 귀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말했다.

유난히 이제훈의 눈을 사로잡은 그림은 앙리 에드몽 크로스의 '바다 너머의 석양'을 비롯한 신인상주의 작품이었다. '신인상파'는 짧은 붓질을 반복해 점을 찍듯 그리는 '점묘법'이 특징이다. 점들이 모여 모자이크처럼 큰 이미지를 그리는 원리는 배우가 각각의 장면을 통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하는 것과도 닮았다. 분야가 다른 미술과 연기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그는 "배우가 작품을 준비할 때 오랜 시간 연구해 보여주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짧은 시간에 표현하고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거장에게 내가 상상하는 것들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고 습작이 쌓여 명작이 나오듯 나도 인물을 표현하기까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제훈이 제일 좋아하는 화가는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 괴기스러운 인물 형상으로 인간의 존재적 불안과 긴장감을 표현하는 베이컨의 작품을 두고 그는 "인물을 고립시킨 배치 구조가 연극적이고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인물로부터 감정의 소용돌이가 전해져 나까지 뜨거워지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베이컨의 작품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는 2013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2,000억원에 낙찰돼 세계 경매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가격 기록을 갖고 있다. 또 이제훈은 세계적인 그라피티(일종의 낙서회화) 작가인 미스터브레인워시의 판화를 4점이나 소장한 애호가이기도 하다.

"촬영 중이라 오늘은 이쯤에서 돌아가지만 꼭 다시 와 볼 계획"이라는 이제훈을 운 좋으면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시는 오는 4월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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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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