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모든 방어능력 한국에 사용" 사드 연기 美, 한국 달래기

美, 中의 대북제재 동참 대가… 사드 한반도 배치 양보 관측

한미 실무협상 무기한 미뤄져

진퇴양난에 빠진 국방부는 기존 입장 고수 '사드 띄우기'

그나마 부정확 정보로 논란

국방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때문이다. 겉으로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며 홍보전의 최전방에 나섰으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미국과 중국이 최근 어떤 의견을 교환하고 결정했느냐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중국이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모종의 양보를 얻어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문제는 우리가 너무 성급하게 앞서나갔다는 점에 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자마자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과 미국 간 논의를 시작한다'고 못 박은 마당이다. 순식간에 결정을 내리고 후속조치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당장 공동실무단의 협의 일정이 비틀어졌다. 국방부가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를 논의할 한미 공동실무단이 이르면 다음주 초부터 업무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것이 지난 2월10일. 발표대로 진행됐다면 15일부터 시작돼야 할 실무작업이 언제 시작될지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과 대화를 한미 간 합의보다 상위에 두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나 국방부로서는 마냥 기다릴 처지도 아니다. 사드 배치 결정부터 주도권을 잡고 영향을 끼쳐온 청와대의 눈치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방부 홈페이지를 통해 '사드 바로 알기'라는 자료를 제시하며 홍보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나 이마저 새로운 논란거리를 낳고 있다.

내용이 부정확해서다. 사격 시험에서 완벽한 성공을 거두지 못해 본격 양산에도 들어가지 못한 사드 시스템을 '11차례 실사격 100% 성공'을 비롯해 '전자파 세계보건기구 안전기준 부합' '무수단 미사일도 요격 가능' 등 정확히 검증되지 않은 내용으로 가득하다. 국방부의 무리한 '사드 띄우기'는 처음이 아니다. 미군 교범을 들어 사드 위험성을 지적하는 물음에 국방부 고위당국자가 '미군에 교범 수정을 요청하겠다'고 답변한 적도 있다. '뭔가 일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윗선에 보여주기 위해 무리수를 거듭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국방부 관계자들은 한숨짓고 있다.

남은 관건은 미국의 사드에 대한 입장이 어떤 수위로 발표되느냐에 있다. 일반적인 관측은 '사드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고 협의도 계속한다'는 정도가 예상된다. 미중 간 합의가 설령 있었더라도 '말의 성찬'으로 봉합될 가능성이 짙다.

24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열린 한미 억제전략위원회(DSC)의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TTX)에서 미국 측이 우리에게 보여준 '파격'도 한국을 달래는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장면 등을 한국 대표단에 공개하며 '유사시 모든 범주의 방어능력을 한국 방어에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데는 한국 측에 명분을 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사드 배치가 순연되거나 논의 대상에서 제외돼도 다른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는 웅변인 셈이다.

의견과 전망이 분분한 가운데 사드 배치를 위한 한미 실무협상의 약정이 언제 체결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국방부의 누구도 답을 못 내고 있다. 판을 벌여놓은 종속 변수로서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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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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