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신약’ 개발에 사활 대박 예감 신약 후보 여럿 보유
국내 제약 · 바이오 산업이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다수 국내 제약사들 역시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자체 개발한 신약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 대표 제약사 중 하나인 종근당은 ‘세상에 없던 신약(first-in-class) 개발’을 추구한다. 기존 약품과 약효가 비슷한 신약은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세상에 없던 신약’ 개발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종근당의 행보를 살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지난 10년간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투자비용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03년 매출액의 4.9%에 불과했던 제약사들의 평균 연구개발 비용은 지난 2014년에는 8.3%까지 증가했다. 연이은 약가제도의 변화와 제네릭 의약품(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약품을 모방해 만든 의약품) 시장의 한계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제약사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신약개발에서 찾겠다는 의지가 연구개발 투자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종근당 역시 연구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100억 원 이상 늘린 409억 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 대비 14.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종근당은 올해 말까지 매출액의 15%을 연구개발에 투입해 신약개발에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투자 확대는 종근당을 국내 신약개발 분야에서 매우 돋보이는 기업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지난해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한 323건의 임상시험 중 종근당이 승인 받은 임상건수는 모두 19건이다. 제약기업은 물론이고 의료기관 등을 모두 합해도 가장 많은 수치다. 이상지질혈증(혈액에 과도한 지방질이 녹아드는 증상으로 동맥경화, 심근경색의 원인이 된다) 치료 신약 ‘CKD-519’,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CKD-11101’, 양성전립선비대증 치료 개량신약인 ‘CKD-397’ 등이 새로운 임상 단계에 진입하면서 종근당은 신약, 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 등 여러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종근당의 연구개발 인력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종근당 효종연구소의 연구원은 모두 276명이다. 이는 상위 5개 제약사 평균 연구 인력에 비해 50여명 많은 숫자다. 구성원의 능력도 수준급이다. 전체 연구원 중 박사 인력은 약 30%에 달하며 선진 연구개발 시스템을 경험한 해외 연구기관 박사 출신도 대거 포진했다. 앞으로 연구원 수를 300명까지 늘려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인력연구개발에 대한 종근당의 광폭 투자는 지난 2003년 항암제 ‘캄토벨’과 2013년 당뇨병치료제 ‘듀비에’ 등의 신약을 출시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캄토벨과 듀비에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성능을 입증 받았다. 특히 종근당은 지난 2000년 약 3,000만 달러(한화 약 360억 원)의 기술 이전료와 로열티 5%를 받는 조건으로 캄토벨 개발 기술을 미국 제약사 알자에 수출했다. 이는 종근당의 이름을 글로벌 제약 시장에 각인 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종근당의 세 번째 토종 신약은 새로운 기전의 고도비만치료제 ‘CKD-732’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CKD-519’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CKD-732’는 종근당이 신생 혈관(기존의 미세혈관에서 생겨난 새로운 모세혈관으로 암, 관절염, 자궁내막 등 질병의 성장과 확산을 유도한다) 억제 효과를 갖는 항암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항비만 효과를 추가적으로 확인해 지난 2009년 미국 자프겐에 기술을 수출한 약물이다. 고도비만치료제를 목표로 2011년 호주에서 임상 1상과 2013년 초기 임상(임상 1상과 임상 2상을 통합한 것)을 완료하고 현재 후기 임상(임상 3상 이후의 과정을 통합해 일컫는 말) 과정을 진행중이다. 특히 ‘CKD-732’는 지난 2011년 3월 미국 제약 연구저널인 ‘R&D 디렉션즈(Directions)’가 선정하는 글로벌 100대 혁신적 신약에 선정됐다. 또 프래더-윌리 증후군(46개 염색체 중에서 15번 염색체 이상으로 발병하며 비만, 당뇨 등 합병증과 발육부진, 학습장애를 야기 시키는 유전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입증한 임상 결과는 최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CKD-519’ 역시 주목할 만한 신약후보다. 이 약물은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추고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획기적인 효능으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CKD-519는 국내에서 약 5,300억 원, 해외 주요 국가에서 약 1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스타틴(고지혈증) 계열 약물과 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종근당의 신약은 올해 임상 1상을 목표로 현재 비(非)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 ‘CKD-506’이다. 이 물질은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히스톤디아세틸라제6(HDAC6)을 억제해 염증을 감소시킨다. 또 면역조절 T세포의 기능 강화로 면역 항상성을 유지시켜 새로운 형태의 류머티즘 관절염과 염증성장질환의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기전의 CKD-506 개발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기존 의약품을 대체하는 획기적인 약품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글로벌 제약업계의 오랜 숙원인 헌팅턴 질환(세개의 염기서열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뇌 유전성 질환으로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약품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도 매우 높게 점쳐지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적극 공략올해 제약 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인 ‘바이오시밀러(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기간이 끝난 뒤 이를 본떠 만든 비슷한 효능의 복제약)’ 시장에서도 종근당의 활약은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미 종근당은 지난 2012년 바이오의약품 개발의 핵심기지인 ‘바이오 GMP 공장’을 완공하고 바이오시밀러 연구에 박차를 가해왔다. 만성 신부전 환자 및 고형암(간, 폐, 유방 등 장기에 암 종양이 발생한 것) 환자의 빈혈 치료에 사용되는 조혈자극인자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 ‘CKD-11101’ 역시 이 곳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2세대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로는 국내 최초로 임상 3상에 돌입한 CKD-11101은 벌써부터 일본을 비롯한 해외 제약업계의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미 종근당은 올 초 ‘CKD-11101’ 기술을 일본 후지제약공업에 수출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종근당은 시장규모 6,000억원으로 평가받는 일본 빈혈 치료제 시장에 CKD-11101을 독점 출시하는 자격을 얻게 됐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는 “CKD-11101은 종근당의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바이오의약품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혁신적인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해 급성장하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근당의 세 번째 토종 신약 후보 중 하나인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519’의 연구개발 협약식에 참석한 종근당과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관계자.종근당은 올해 말까지 매출액의 15%을 연구개발에 투입해 신약개발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들이 유효물질 탐색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