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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이민 온 다문화 청소년(만 15∼17세) 5명 가운데 1명은 중학교에서 학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고등학교를 다녀야 할 나이에 '학교 밖 청소년'으로 떠도는 다문화 청소년을 방치하면 학업 결손은 물론 폭력과 범죄 등으로 이어져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1일 교육부가 양승주 한양대 에리카 산학협력단 연구교수팀에 의뢰한 '다문화 가정 자녀의 공교육 진입 방안' 연구에 따르면 외국에서 태어난 뒤 국내로 들어온 만 15∼17세 다문화 청소년의 16.4%가 초등학교나 중학교 졸업 상태에서 학업이 중단됐고 1.9%는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학업이 중단된 다문화 청소년은 입국 과정에서 취학에 관한 안내를 받지 못하거나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학력인정을 받는 단계에서 정보 부족으로 공교육 진입에 실패하고 진학을 단념하는 양상을 보였다.
다문화 청소년의 한국 적응을 돕는 한 이주민센터 관계자는 "제일 힘들었던 것은 일선 학교에서 다문화 학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는 점"이라며 "학교마다 입학 담당 교사의 인식 차이가 커 외국인이라고 하면 부정적이어서 입학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아동청소년센터 관계자는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편견이 더해져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입학이 거부되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중·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위해서는 학력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서류가 미비하면 외국에서 학교를 다녔더라도 이를 인정받지 못해 진학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다문화 청소년이 예비학교나 정규 학교로 진학하더라도 학력 부진, 부적응 등을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 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초등학교 0.8%, 중학교 1.2%, 고등학교 2.1% 등으로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다문화 학생 수는 지난 2008년 2만18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8만2,528명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러한 다문화 학생 수의 증가세를 봤을 때 학교 밖 청소년이 늘어날 경우 범죄 등 사회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특히 불법 체류 등으로 출입국 관리사무소의 통계에 잡히지 않는 청소년까지 고려하면 학교 밖 청소년 규모는 더욱 커진다. 양 교수는 "다문화 청소년의 학업 중단 문제는 빈곤의 악순환뿐만 아니라 범죄 발생 위험도 높인다"며 "정책적으로 중·고등학교에서 다문화 청소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문화 청소년 중에서도 외국에서 살다 국내에 들어온 경우 가족과 한국 문화에 적응해야 하고 심리적, 정체성 문제를 겪기도 한다"며 "교실 문화 자체가 다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과제"라고 설명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