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할랄사업은 다양성 존중 시험대


'할랄 사업'이라는 것이 있다. '할랄(halal)'은 아랍어로 '신이 허용한 것'이란 뜻으로 이슬람 율법에 맞게 만든 식품과 의약품·화장품 등을 말한다. 이를테면 무슬림(이슬람교도)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데 할랄 식품은 돼지고기를 빼고 만든다. 알코올 성분도 들어가서는 안 된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할랄 상품 매장과 무슬림 기도실 등의 편의시설이 사회·종교 단체 등의 반대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구·전북·강원 등에서 할랄 식품 단지 등을 추진했다가 아예 취소하거나 재검토하고 있다. 반대 측에서는 특정한 종교에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주장과 함께 국내로의 무슬림 대거 유입에 따른 테러 위협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할랄 사업이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은 우선 관광 산업 진흥 차원이다. 중국인과 일본인 위주의 국내 관광 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전략을 다변화해 전 세계의 무슬림들을 한국으로 유인하는 방책으로 할랄이 유행을 타고 있다. 무슬림들은 그들 특유의 식습관이나 생활 관습으로 해외에서 적응이 쉽지 않다. 이런 수요를 유치하기 위해 '무슬림 맞춤' 시설을 꾸려 편의를 봐주자는 것이다.

과거 오일 머니에 대한 유혹으로 이슬람교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적이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자본만의 이동에 그쳤다. 우리나라 국민이 무슬림 개인을 접촉할 기회는 적었다. 반면 최근 관광 산업의 성장으로 교류가 늘어나며 한국을 방문하는 무슬림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무슬림 관광객 74만명이 한국을 방문했고 올해는 100만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무슬림이 중동·동남아를 중심으로 17억명에 달한다고 하니 이에 대한 관광 시장은 무궁무진한 셈이다. 거꾸로 한국인들의 무슬림 지역으로의 여행도 급증하고 있다. 덧붙여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 인구 2억5,400만명 가운데 87%가 무슬림이다(2014년 기준).

결국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할랄 사업이 단순한 관광객 유치 측면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구촌의 다양한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교류하고 있는 가운데 특정 민족이나 종교, 피부 색깔도 모두 존중해야 한다. 종교적으로 그것이 기독교일 수도 있고 불교·유대교·힌두교일 수도 있다. 흑인일 수도, 동남아인일 수도 있다. 내가 가진 것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존재도 아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어떤 충돌 없이 공존하는 사회로 세계의 호평을 받아왔다. 이슬람교가 한국 사회에서는 신흥 종교일 수도 있지만 기성 종교와 다르게 취급해야 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할랄 사업 우려에 무슬림 문화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깔려 있는 듯해 더 아쉽다.

/최수문 문화레저부 차장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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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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