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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정PD의 Cinessay] 나이를 초월한 두 남자의 우정

●시네마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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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만남'입니다. 운(運)이 좋다는 것은 중요한 시기에 꼭 필요한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과 같은 뜻 아닐까요? 오늘, 많은 학교가 입학식을 합니다.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대량 인연이 맺어지는 날인 거죠. 오늘 만나는 누군가가 어쩌면 내 인생을 바꿔놓을 만큼 중요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갈등과 미움으로 인생의 쓴맛을 알려주기도 할 겁니다.

부모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 고민, 꿈을 진솔하게 나누고 일상의 다양한 추억을 함께 쌓으며 나를 웃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 친구! 그런데 저는, '친구', '우정' 이런 단어로 영화를 떠올리면 <시네마천국>(1988년작,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알프레도와 토토가 생각납니다. 알프레도 아저씨는 홀어머니, 여동생과 가난하게 사는 토토에게 산타클로스같은 존재, 인생의 상담자, 믿음직한 동료, 때로는 아버지가 되어줬지만, 무엇보다 토토가 외로울 때나 성공했을 때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토토를 믿어주고 사랑해준 진정한 친구였습니다.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 사람들은 늘 <시네마천국>이라는 극장에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영화도 보며 전쟁 후의 지친 일상을 위로받습니다. 그중에서도 꼬마 토토는 가장 열렬한 영화광입니다. 남편을 잃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 곁에서도 영화 포스터만 보이면 웃음이 나오고, 우유 살 돈으로 극장에 가고, 난로 옆에 필름 통을 놓아 집을 불태울 뻔할 정도로 토토는 영화에 빠져있습니다. 그런 토토에게 극장에서 일하는 알프레도(필립 느와레)아저씨는 가장 친해지고 싶은 대상입니다.

하지만, 좁은 영사실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 잘 아는 아저씨는 토토를 밀어냅니다. 그런다고 포기할 토토가 아니어서 시험장에서 위기(?)에 처한 알프레도에게 답을 알려주는 조건으로 결국 영사일을 배워갑니다. 똑똑한 토토는 영사일을 금세 배우고 두 사람은 늘 영화이야기로 행복해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사실에 불이 나고 위험에 처한 알프레도를 토토가 구해주지만 아저씨는 실명을 하고 맙니다.

이제, 영사기는 토토가 맡게 되죠. 소년이 된 토토는 부잣집 딸 엘레나를 사랑하게 되지만, 가난한 소년에게 첫사랑은 슬픔만 남깁니다. 제대 후, 고향으로 돌아온 토토. 하지만 예전의 밝기만 한 토토는 아니었습니다. 이때 알프레도가 강력하게 권합니다. "이곳을 떠나라. 너는 인생을 걸만한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

세월이 흘러 토토는 유명한 영화감독, 살바토레로 성장합니다. 그리고 30년 만에 알프레도의 장례식에 참석차 고향을 다시 찾습니다. 그리고 알프레도가 마지막 선물로 남긴 필름을 혼자서 보는 살바토레. 그것은 어린 토토가, 마을 사람 모두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그러나 신부님의 검열 때문에 잘려나갔던 수많은 키스신 들이었습니다.

제가 알프레도였다면 30년간 한 번도 찾지 않은 토토가 조금은 서운했을 것 같은데, 아저씨는 그저 자랑스러워하기만 했습니다. 매일매일 토토 이야기를 하고 그토록 그리워 했으면서도요, 진정한 친구란 그런 것이겠죠. "친구를 잘 사귀어야한다"는 말, 부모님들이 많이 하는 걱정입니다. 내 자식이 좋은 친구를 사귀길 바라는 만큼, 누군가에게 나의 자녀도 좋은 친구가 되어야겠죠. 가난하고 아버지도 안 계시고 영화만 좋아하고 별 희망이 안보여도 차별하지 않고 친구가 되어준다면, 그런 자녀를 존중해주는 부모라면, 누군가에게 이미 희망이 되어주고 있는 겁니다.

조휴정 KBS PD (KBS1라디오 '생방송 오늘, 이상호입니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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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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