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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의 미래상을 그린 영화 '아이로봇'에서 사람들은 자율주행차(무인자동차) 덕택에 운전대를 잡는 대신 책을 읽거나 영화를 감상한다. 인류가 운전의 고통(?)에서 벗어나 그만큼 안전하고 여유롭게 살아가게 된 것이다. 다만 인공지능(AI)을 완강히 거부하는 주인공만 예외다. 윌 스미스는 운전대를 잡고 시내를 주행하다 다른 차량과 교통사고를 일으키기 일쑤다. AI가 사람에 비해 훨씬 안전하게 운전한다는 점을 보여줬으니 무인차 개발에 몰두해온 기업들로서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 만하다.
구글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자율주행차가 6년간 약 330만㎞를 주행하면서도 사고가 17건에 머물렀으며 그나마 다른 자동차 운전자의 과실로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무인차의 운전 스타일이 사람과 달라 혼선을 빚는 바람에 잦은 교통사고를 촉발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특히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서 좌회전과 직진에 대한 미묘한 차이를 느끼지 못해 충돌사고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다 센서 결함 등 사소한 장애까지 적지 않아 AI를 진정한 운전자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거세다.
최근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버스와 충돌사고를 일으켜 논란을 빚고 있다. 구글 측은 버스가 양보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면서도 일단 과실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고는 인간에게 익숙한 '아이콘택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안전을 주장해온 구글로서는 체면을 구기게 됐다. 무인차의 관건은 각종 센서의 정보를 분석하고 운전기술을 학습하는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는데 아직 허술한 구석이 많은 셈이다. 흔히 교통사고의 90%가 사람의 실수 탓이라지만 무인차의 사고책임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개발사들은 무인차 사고에 따른 제조물책임법을 거론하는 것마저 꺼리고 있어 소유자가 무한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글은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면 된다지만 아직 무인차가 갈 길이 먼 듯하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