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정가 포커스] 野통합 제안, 국면 전환용인가 국민의당 분열 의도인가

■ 김종인의 노림수는

김종인 '야권, 총선서 단합된 모습 보여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야권통합을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김종인의 야권통합 제안에 '당내 정리부터 하시기 바란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여론의 시선 당 외부로 돌려 흔들리는 리더십 붕괴 차단

야권 통합론 먼저 제안해 국민의당 압박 전략도 담겨

안철수 "의도 의심스럽다" 김한길 "진의 파악" 온도차

역풍 우려… 실제 통합은 힘들듯


2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정국 종료에 따른 '시선 끌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더민주로 결집된 야권 지형을 유지하기 위해 통합론을 선제안함으로써 국민의당의 운신 폭을 줄이겠다는 전략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반복되던 야권 연대나 통합에 대해 유권자들의 피로도가 높다는 점은 순항하고 있는 김 대표에게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김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대표 특성상 툭 던지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야당의 승리를 위해서는 통합이 필수적이지 않나. 후보자들이 열심히 뛰고 난 후 선거 직전에 통합이나 연대를 논의하면 오히려 비용이 더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권 통합은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180도 돌아선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필리버스터 종료 시점에 나온 '정국전환용'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김 대표가 당내 의원들과 지지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필리버스터 종료를 사실상 강제함에 따라 흔들리고 있는 리더십 붕괴를 막기 위해 여론의 시선을 통합이라는 당 외부로 돌렸다는 분석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제1 야당 대표의 통합 제안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시점은 앞당겨진 것이다. 필리버스터로 결집된 야권 지지층의 에너지를 끌고 가자는 것이고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킨 본인이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레임 전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아울러 국민의당의 운신 폭을 줄이겠다는 전략도 담긴 것으로 읽힌다. 더민주 전략통 관계자는 "야권 통합에 힘이 실리려면 한 당으로 축이 기울어져 있을 때 제안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지금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두 배다. 낮은 지지율을 가지고도 통합 제안을 받지 않는 쪽은 분열을 제공한 원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관계자는 "국민의당 내부를 와해시키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며 "통합 제안에 진정성이 담겨 있지 않다. 당 대 당 통합이 아니라 그냥 복당하라는 수준으로 읽히는데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절대 받지 못할 제안"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안에 대해 안 대표가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발끈한 반면 천정배 상임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은 "진의를 알아보겠다"며 즉각적 반응을 자제하는 등 온도차도 감지됐다.

아울러 김 대표의 통합 제안은 박지원·전정희·송호창 의원 등 3인의 국민의당 입당에 찬물을 끼얹기 위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박 의원의 경우 야권 통합의 매개체를 자처하며 국민의당 입당을 고심하고 있는 만큼 통합 논의가 진행될 경우 국민의당 입당의 명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합 논의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하더라도 유권자들에게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얼마 전 깨진 두 당이 또다시 합친다고 하면 더민주도, 국민의당도 후폭풍에 휩싸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또 안 대표 개인적으로도 또다시 홀로서기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돼 양당이 공식적인 통합 논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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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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