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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은 지난 3일 본지 2일자에 게재된 '배출권거래제 부처별 관리에 부작용 우려' 기사에 대한 보도해명자료를 배포했다. 배출권거래제에 소관 분야별 관장부처책임제를 도입하더라도 부처별로 전체 소관 기업에 할당할 수 있는 배출권 한도가 있기 때문에 특정 업체에 유불리하게 배출권을 배정할 수는 없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또 이 같은 기후변화 대응 체계 개편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모든 부처의 총력 대응 필요 때문에 이뤄졌으며 개편 이전에도 이미 기획재정부가 배출권거래제를 총괄하고 있었다는 '외교적 수사'도 포함됐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해명이 얼마나 본질을 흐리는 '조삼모사' 식 주장인지는 사안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금세 알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의 핵심은 어느 기업에, 얼마 만큼의 배출권을 나눠줄지 정하는 '할당계획'이다. 이번 개편으로 이 핵심 권한이 사실상 환경부에서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갔다. 형식적으로는 과거에도, 지금도 경제부총리가 위원장인 배출권 할당위원회가 배출권 할당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개편 이전에는 환경부가 간사를 맡아 업종별 할당계획의 초안을 작성해 제출하면 위원회는 이를 심의 승인하는 방식이었다. 업종별 할당량을 쪼개 개별 기업에 배분하는 업무도 환경부가 맡았었다. 하지만 개편 이후에는 부처별 할당량을 정하는 할당계획의 입안은 환경부가 아닌 기재부가 하고 산업부 소관 개별 업체에 대한 배출권 배분은 산업부가 하게 된다.
국무조정실은 부처별 배출권 한도가 있다는 이유로 각 부처가 소관 업종에 편파적으로 배출권을 배정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배출권 한도를 정하는 게 앞으로는 사실상 경제 활성화를 우선시하는 기재부다. 배출권의 업체별 배분은 단순 산술 등을 적용해 이뤄지지만 개별 부처가 이 업무를 맡게 되면 각 기업에 배출권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부처의 논리가 개입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차라리 이번 개편이 산업 진흥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해명했다면 한발 물러서서 일견 수긍할 수 있는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래에는 저탄소 기술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진정한 미래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을 길러내고자 하는 배출권거래제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부처별 관리' 개편안은 전면 재검토돼야 마땅하다.
/사회부=임지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