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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의 '소비절벽' 현상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량 폭증, 집 꾸미기 열풍 등에 힘입어 지난해 인테리어 관련 지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전국 2인 이상 가구)가 벽지·장판 등 '주택 유지 및 수선'에 쓴 비용은 월평균 2만5,400원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03년 이후 최고치다. 경제가 팽창하면 주택 유지 및 수선 비용도 자연스럽게 늘어나지만 속도가 월등히 빨랐다. 실질 증감률은 12.4%로 지난해 경제성장률(2.6%)의 약 5배에 달했다. 주택 유지 및 수선은 벽지, 장판, 바닥재, 정원, 담장, 상하수도 교체 등 주거 유지 및 수선에 지출하는 비용을 말한다. 가구나 조명에 쓴 돈도 급증했다. 가구 및 조명 지출액은 월평균 1만7,800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였다. 1년 새 7.1% 상승해 경제성장률의 약 3배에 이르렀다.
인테리어 지출액 급증은 가계가 불확실한 노후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 등에 '빈사 상태'에 놓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가정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56만3,000원으로 0.2% 감소했다. 인테리어 지출액보다 크게 불어난 것은 전월세 비용을 말하는 '실제 주거비(17.9%)' '교통(4.5%)' 등 꼭 필요한 항목밖에 없었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며 주택 유지 및 수선 비용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약 120만건으로 전년 대비 18.8% 급증했다. 2006년 통계 집계 후 가장 많다. 이사가 많아지다 보니 도배를 하고 바닥재를 새롭게 까는 사례도 많아졌다는 의미다. 또 '이케아 효과'도 한몫했다. 스웨덴 태생의 중저가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2014년 말 광명에 1호점을 열면서 국민의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국내 가구 업체들도 쇄신에 나서면서 인테리어 시장 자체도 커졌다. 한샘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7,12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9.2% 증가했다. 창립 이후 최대 매출액이다. 이외 현대리바트·에넥스도 사상 최대 매출액을 나타냈다.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집 꾸미기 관련 지출은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주요 소비항목이 승용차·옷차림 등 밖으로 드러나는 것뿐만 아니라 집을 꾸미는 곳으로도 관심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통상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 내외에 도달하는 시점에서 건축 자재, 생활 소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지난해 우리의 1인당 GDP는 약 2만7,000달러로 추정된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