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구마몬' 캐릭터


강원도 강릉 경포호 주변에는 '홍길동 캐릭터 로드'라는 산책길이 조성돼 있다. 강릉의 캐릭터가 홍길동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의 주인공인 홍길동상을 비롯해 20곳에 32개의 관련 작품이 전시돼 있다. 강릉의 홍길동 캐릭터 홍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매년 허균 문화제를 열고 홍길동 문화 캠프와 홍길동 인형극도 개최한다. 문제는 그런 노력에도 홍길동 하면 강릉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전남 장성군과 홍길동 캐릭터를 놓고 상표권 분쟁까지 벌어지면서 홍보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다른 지자체 역시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동안 지자체별로 지역 홍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고유의 캐릭터를 만들어왔다. 서울시의 캐릭터는 '해치', 경기도는 '지구돌이', 부산은 '부비' 등이다. 상상 속 짐승이나 멋진 미래 비전을 담아 형상화한 것들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과연 그 지역 사람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을 대표하는 캐릭터 '구마몬'의 상품 매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1,000억엔(1조800억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구마몬의 상품 매출이 전년보다 57%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 같은 대기록을 달성했다는 것이 구마모토 현청의 설명이다.

'곰'을 뜻하는 '구마(熊)'와 '사람'을 뜻하는 현지 사투리 '몬'을 합쳐 만든 구마몬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1년. 관광객 감소를 고민하던 구마모토현은 당시 규슈 신칸센 완전 개통을 기념해 검은 곰 형상의 캐릭터 구마몬을 발표했다. 덩치는 큰 곰이지만 대신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귀여운 얼굴로 형상화했다. 이것이 단숨에 일본 열도를 사로잡으면서 대박으로 이어져 의류·식품·장식품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캐릭터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2014년에는 외국 진출까지 성공해 해외에서만 21억엔(223억원)을 벌어들였다. 캐릭터 하나로 지자체가 살아난 구마몬 사례가 우리 지자체 캐릭터와 오버랩되고 있다.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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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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