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대우조선 바다위 가스플랜트 위용… "뼈아픈 경험이 부활 밑거름 됐죠"

■ 제조업 현장을 가다

축구장 3.6배… FLNG 세계 첫선

中·日 따라올 수 없는 기술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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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건조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페트로나스 FLNG 사투'가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도크에 정박해 있다.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정성립

배라기보다는 거대한 공장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건조를 완료, 4일 첫선을 보인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설비(FNLG)는 말 그대로 바다 위에 떠 있는 가스 플랜트였다. 축구장 크기 3.6배로 사람의 눈으로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위용의 이 해상플랜트는 이날 PFLNG SATU라는 이름을 부여 받았다. SATU는 말레이시아어로 숫자 1을 의미한다. 'FLNG 1'. 해상플랜트 시장의 새로운 시작에 걸맞은 이름이다.

이날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거행된 명명식에는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과 발주처인 말레이시아 국영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의 완 즐키플리 완 아리핀 회장을 비롯한 내외빈 100여명이 참석해 신개념 FLNG의 탄생을 축하했다.

FLNG는 심해에 묻힌 액화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이를 정제·액화·저장·하역까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설비다. 지금까지는 바다의 가스전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천연가스를 육상의 LNG플랜트로 보내고 정제가 끝나면 다시 이를 육상에서 저장했다가 LNG터미널에서 LNG선에 실어 운반해왔다. 그러나 FLNG는 가스전 옆에서 바로 정제, 저장한 후 배에 실을 수 있어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새 가스전에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정 사장은 "FLNG는 소규모 해상 유전에서 운영하기 적합한 올인원 콘셉트의 신개념 해상플랜트"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한 FLNG 내부는 혼자 들어갔다가는 길을 잃을 정도로 복잡하고 거대했다. 배 상부는 천연가스 정제시설, 천연가스를 액체로 압축할 수 있는 거대한 컴프레서, 전체 플랜트를 가동할 수 있는 발전 설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배 곳곳에서는 페트로나스사 관계자들이 시운전을 하며 설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톱데크에서 처리가 완료된 천연가스는 헐(Hull·선체)로 보내진다. 이곳은 한국의 하루 가스 소비량에 맞먹는 18만㎥의 액화천연가스를 저장할 수 있는 거대한 탱크다. 특히 헐은 기본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대우조선해양의 자체 기술로 완성했다. 압둘라 카림 페트로나스 부사장은 "대우조선은 LNG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고 근로자들의 생산성 또한 최고"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PFLNG SATU는 다음달 선주사로 정식 인도돼 말레이시아로 출항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들은 해양플랜트가 뼈아픈 경험을 안겨줬지만 오히려 '쓴 약'이 부활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관계자는 "처음 건조하는 FLNG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테크닙사가 보내온 기본설계와 우리가 담당한 상세설계 및 건조 부문에서 손발이 안 맞는 등 시행착오가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값비싼 수업을 통해 중국·일본이 따라올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사장도 "회사 손실의 원인이었던 해양플랜트들을 상당수 올해 인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FLNG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제도=이혜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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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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