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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젖힌 파란 하늘과 노란색과 분홍색을 묻힌 구름은 신경질적이라 할 정도로 빠르게 휘두른 붓질과 어우러지면서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만들어낸다. 밝은 햇살이 쏟아져 내린 연둣빛 들판이나 하늘이 주인공인 것 같은 그림이다. 정작 작품 제목에 해당하는 체리를 수확하는 아낙은 그림 오른쪽 아래 그늘진 곳에서 바구니를 나르고 있다. 독일 인상주의의 대표작가인 막스 슬레포크트(1868~1932)는 격렬하면서도 재빠른 붓질이 특징이다. 그가 나고 자란 독일은 거침없는 터치로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주의가 발달했고 그가 교류해 영향받은 프랑스 인상주의는 숙련된 기술로 사물의 형태를 완벽하게 묘사하는 것을 버리고 윤곽 없이 빛과 색채로 표현하기를 즐겼다. 두 경향의 장점이 한 폭의 화면에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살던 시골 마을 노이카스텔의 농장에 있는 종탑 창문에서 바라본 남쪽 풍경을 그리고 있다. 왼쪽에 치솟은 체리 나무와 오른쪽으로 펼쳐진 언덕 높이를 비슷하게 그려 찰나의 풍광을 옮긴 것임에도 구도적 안정감을 준다.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 전은 오는 4월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립니다. 1588-2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