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금호산업, 해외 건설사업 손뗀다

"필리핀·베트남·캄보디아 등 13건 프로젝트 매출 비중 낮아

마진 높은 국내사업 집중키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 격인 금호산업이 해외 건설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기로 했다. 경영진단 결과 해외 프로젝트에서 손실만 입고 있을 뿐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금호산업이 그룹 재건 이후 공격적인 해외사업 수주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7일 "금호산업의 사업 실태를 분석한 결과 해외에서는 손실만 내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해외사업은 추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최근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 등으로 '제2의 중동붐'이 일고 있지만 플랜트 등 대형 건축·토목사업 확장에 나서지 않겠다는 게 그룹 경영진의 판단이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3·4분기 현재 필리핀·베트남·캄보디아 등지에서 공항·하수처리장·댐 등 13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대부분 1,000억원 미만으로 작아 매출 비중이 높지 않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는 해외에서 신규 수주전 참여를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전략을 확정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이후 해외시장에서 한국 업체들끼리 저가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당수 업체가 수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다"며 "매출 확대가 아닌 안정적 수익을 내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금호산업은 대신 마진이 높은 국내 주택시장과 관급 토목·건축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주택사업의 경우 건설사 및 프로젝트별로 사정이 다르지만 이익률이 10~20%에 달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호산업의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2012년 1,648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뒤 이듬해 598억원의 흑자를 냈으나 △2014년 398억원 △2015년 208억원으로 매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2억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89.4% 감소했다.

금호산업이 해외사업 철수를 선언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실용 경영'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올해 초 전략경영세미나 등을 통해 "불요불급한 비용은 감축하고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은 정리하는 등 수익성을 극대화하자"고 거듭 강조해왔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올 들어 고강도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희망퇴직 및 무급휴직을 접수해 인력을 줄이고 저수익 노선은 저비용항공사(LCC) 자회사인 에어서울에 넘기거나 아예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1월 일반직 희망퇴직 접수자가 47명에 불과하고 노조 역시 격렬한 저항을 벌이고 있어 구조조정이 순탄치 않은 실정이다.

경영 측면에서 보면 글로벌 저유가는 호재이지만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 값 하락)으로 외화표시 부채가 불어나는 등 당분간 고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81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사장이 최근 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으로 승진해 본격적인 계열사 관리에 나선 가운데 혹독한 체질 개선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서일범·강도원기자 squiz@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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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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