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원자재값 20% 급등했다지만…

中부양 기대 등 호재에

반짝랠리 가능하겠지만 장기적 가격회복 힘들듯


최근 한 달 반 만에 주요 원자재 가격이 20%나 급등하며 20개월간의 침체기에서 탈출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격회복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 동결 시사, 중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 기대감 등 일회성 호재로 평가하고 있다. 주요국의 경기가 부진해 글로벌 수요가 살아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현재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 원자재지수는 올 들어 2.43%, 이전 저점이던 지난 1월20일 이후 19.16%나 급등했다. 유가 상승세가 가장 가파르다. 이날 5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보다 5.48% 상승한 배럴당 40.84달러로 장을 마쳤다. 40달러선을 돌파하기는 올 들어 처음이다. 1월20일의 27.10달러에 비해서는 50%나 폭등했다.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5.5% 오른 37.90달러로 마쳐 올 1월 최저치에 비해 45%나 상승했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은 OPEC과 러시아의 생산량 동결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주요 OPEC 회원국이 배럴당 50달러에 맞추기 위해 오는 20일과 4월 사이에 생산량 동결에 합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날 미국의 원유 비축량 증가폭이 예상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자 셰일 업체들이 타격을 입으며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유가 상승에 한몫했다. 투기세력들은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브렌트유와 WTI 가격 상승에 베팅한 선물계약 규모는 6,100만배럴로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연일 상승 추세다. 이날 철광석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9% 급등한 톤당 62.60달러로 지난해 12월11일 이후 70% 가까이 올랐다. 또 아연과 주석은 올 들어 각각 13%, 19% 상승했고 구리와 알루미늄도 거의 7%씩 올랐다. 최근 발표된 고용·제조업 등 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미 경기 침체 우려가 낮아진 가운데 글로벌 산업금속 수요의 45%를 차지하는 중국이 경착륙을 막기 위해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단기 랠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고용시장 호조보다 (수입과 수출이 동시에 줄어든) 1월 무역지표 부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무역 감소로 중국 등 신흥국과 일본·유럽은 물론 미국마저 성장둔화 압력이 커지는 만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수 없다는 얘기다. 줄리어스베이어의 노르베르트 뤼커 원자재 리서치 대표는 "국제유가 상승은 (글로벌 경제나 공급과잉 해소 등) 펀더멘털보다는 시장 분위기 회복 때문"이라며 "단기적으로 더 오르겠지만 장기 회복은 힘들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원자재 시장이 바닥을 찍었는지도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금융시장 안정에 힘입어 투기세력이 위험자산으로 몰리면서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중국발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5월에도 국제유가는 30% 이상 반등했다가 다시 급락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배럴당 35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 농무부도 밀·옥수수·대두·면화 등의 농산물 가격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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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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