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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러간다. 이번에는 좋은 일자리를 위해 치열하게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머리도 식힐 겸 인생의 본무대에 나가기 전에 읽어볼 만한 소설책에 대한 추천을 받았다. 20여년간 출판연구소에 근무하며 책을 늘 접해왔던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로부터 두 권을 추천 받았다.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과 일본인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이다.
백 대표는 그동안 출판연구소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말 책장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출판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이 연구소를 차렸다.
그는 "식물들의 사생활은 생의 깊이를 더해줄 충격적이고 환상적인 사랑의 변주곡, 배를 엮다에 대해서는 정진하는 삶의 자세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재미난 소설"이라고 추천의 변을 메일로 보내왔다.
식물들의 사생활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르 클레지오가 한국 작가 중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가로 이승우 작가를 지목하면서 특히 "어떻게 읽어도 고갈되지 않는 무궁무진한 작품"이라고 극찬한 소설이다. 2000년 한국에서 출간됐고 2006년 프랑스에서 번역 출간됐을 때 당시 프랑스 주요 언론으로부터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백 대표도 "프랑스 독자들이 더 사랑하는 한국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두 다리를 잃은 형, 형의 애인을 사랑하는 동생, 불구가 된 아들을 업고 사창가를 헤매는 어머니, 어머니의 마음을 평생 지배한 한 남자, 그런 어머니를 그저 바라볼 뿐인 아버지 등의 좌절된 사랑을 담았다. 한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좌절된 사랑의 고통을 식물적 교감으로 승화해가는 과정을 처절하고도 아름답게 푼 작품이라고 출판사 문학동네는 홈페이지에서 소개한다. 작가는 조선대 문화창작과 교수로 많은 장편소설을 냈고 대산문학상·동서문학상·현대문학상·황순원문학상·동인문학상 등 많은 상도 받았다.
배를 엮다는 전자사전도 옛말이고 스마트폰으로 모르는 단어의 뜻을 찾는 이 시대에 종이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 얘기다. '종이 사전'으로 대표되는 '우리가 잊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희망을 전한다. 일본 나오키상 수상 작가 가쿠타 미쓰요는 이 책을 읽은 후 "지루할 것만 같았던 사전 만들기가 눈을 뗄 수 없는 스포츠처럼 여겨졌다"고 서평을 썼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이후 일본에서 소설로서는 가장 화제가 됐다. 일본에서 60만부 이상 판매돼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 전국 서점에서 대표로 선발된 560명이 몇 개월에 걸쳐 투표로 선정하는 서점대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취직을 위해 시험을 본 출판사로부터 권유 받아 글을 쓰기 시작해 수많은 장편소설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