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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밤(한국시간)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우승상금 109만8,000달러)은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4주 앞두고 열리는 대회다. '메이저 중의 메이저' '명인열전'으로 불리는 마스터스는 참가만으로 영예로운 무대. 지난 1966년 이래로 매년 출전선수가 100명을 넘은 적 없는 좁은 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랭킹 50위 내 선수 등 89명이 이미 올해 마스터스 출전권을 확보했다. 얼마 남지 않은 티켓을 거머쥐는 방법은 오는 4월7일 마스터스 개막에 앞서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 이상이 걸린 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뿐이다. 남은 대회는 4개뿐. 그중 하나는 특급 선수들만 초대받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다. 아직 마스터스행을 보장받지 못한 선수들은 이번주부터는 배수진을 치고 승부수를 던질 태세다.
최경주(46·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해 부진으로 마스터스 개근 기록을 12년 연속(2003~2014년)에서 마감해야 했다. 그로서는 미국 플로리다주 팜하버의 이니스브룩 리조트 코퍼헤드 코스(파71·7,340야드)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가 마스터스에 다시 설 절호의 기회다. 코퍼헤드는 PGA 투어 대회장 중 어렵기로 손꼽히는 코스다. 특히 '스네이크 피트(Snake Pit·뱀 구덩이)'라는 별명이 붙은 16~18번홀에서는 웬만한 톱 골퍼들도 쩔쩔맨다. 최경주는 그러나 코퍼헤드에 유독 강했다. PGA 투어 통산 8승 가운데 2승(2002·2006년)을 이곳에서 거뒀다. 발스파 챔피언십은 대회 이름이 여러 번 바뀌어왔는데 이 대회 통산 상금 1위가 바로 최경주다.
과거 성적뿐 아니라 최근 분위기도 좋다. 최근 4개 대회에서 톱5에 두 번이나 들었다. 한 달여 전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단독 2위를 했고 2주 전 노던트러스트 오픈에서는 공동 5위를 했다. 올 1월 331위까지 떨어졌던 세계랭킹은 103위까지 치솟아 100위 내 진입이 눈앞이다. 한국선수 중 3위라 두 명에게 주어지는 8월 리우 올림픽 출전권도 충분히 노릴 만하다. 이쯤 되자 PGA 투어 홈페이지는 최경주를 우승후보 11위에 올려놓으며 주목하고 있다. 최경주가 스스로 분석한 것처럼 특히 퍼트가 좋아졌다는 이유다. 퍼트로 얻은 타수 부문에서 전체 26위에 올라 있으며 라운드당 퍼트 수도 28.66개로 안정적이다. 1.5m 안쪽 거리에서의 퍼트 적중률은 90.3%로 전체 25위. 여기에 드라이버 샷 정확도 23위(67%)의 실속 있는 골프로 5년 만의 우승을 재촉하고 있다. 최경주는 지난해 프레지던츠컵에서 세계연합팀을 함께 이끌었던 닉 프라이스 단장을 만나는 등 2주간의 휴식기 동안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며 재시동을 준비했다. 최경주 외에 강성훈·김시우·노승열·김민휘도 출전한다.
세계 1위 조던 스피스(미국)는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스피스는 지난해 이 대회 연장 우승을 시작으로 마스터스·US오픈을 잇따라 제패하며 1인자 자리에 올랐다.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빌 하스(미국)가 1·2라운드 동반 플레이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