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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33) 9단과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 간 세기의 첫 대결이 알파고의 승리로 끝이 나며 인공지능(AI) 개발·연구 업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공식 발표된 지난달 5일 이후 인공지능 테마를 형성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9일 인공지능 테마주의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테크윈은 전일보다 1.92% 하락한 3만8,300원을 기록했다. 테마주의 성격상 이벤트를 선반영하며 정작 당일에는 약세를 보였지만 지난달 15거래일 동안 15.9%나 상승하며 기염을 토했다. 한화테크윈은 산업형 엔진파워시스템, 로봇 무인화 사업을 진행 중이며 유진로봇은 로봇청소기와 엔터테인먼트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AI 벤처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전자인증도 같은 기간 동안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2월 초 8,600~8,800원에 머물던 주가는 이달 들어 1만1,000원대를 넘어섰다. 이날 4.33% 하락했지만 1만1,050원을 기록하며 1만1,000원대를 지켰다. 한국전자인증은 AI 응용 프로그램 개발업체인 에이아이브레인과 보나비전 지분을 각각 96%, 100% 보유하며 일찌감치 세기의 바둑 대결의 테마주로 주목 받았다. 에이아이브레인과 보나비전은 공동으로 초급 단계의 캠프리지 영어를 90%가량 응답하는 AI 로봇 '타이키'를 개발했다. 교육 및 연구용 지능형 로봇 플랫폼 '유로보'를 개발한 이디 역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디는 이날 0.5% 상승한 3,015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AI 관련 종목들이 일시적인 테마 형성을 넘어 정보기술(IT) 산업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전 세계 AI 시장 규모가 지난해 1,270억달러(한화 약 136조원)에서 2017년 1,650억달러(약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세계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제조용 AI 로봇은 2015년 로봇시장 전체의 66%, 서비스용 로봇에서는 3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AI 로봇기술이 제조용 로봇뿐 아니라 의료·금융·사물인터넷(IoT) 등 서비스 분야에서도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세기의 대결이 AI의 시장성은 물론 성장성을 검증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9단과 대결할 알파고는 구글의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이다. 알파고는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후이 2단과 5번의 대국을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이는 내장된 기본 데이터를 통해 경기가 거듭될수록 스스로 새로운 전략을 발견하는 '인공지능' 능력 때문이다.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AI가 학습을 통해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 판단력을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시험대다. 향후 알파고와 같은 AI 로봇은 의료·교육 등 현실 세계에 폭넓게 적용되며 산업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알파고가 기계학습으로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향후 경제사회 전반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IT업체들도 사업 조직을 신설하고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관련 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감성인식로봇 '페퍼'의 개발자 버전을 판매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디지털 개인비서 인공지능 프로그램 '코타나'를 선보였다. 올해 CES(세계최대 가전쇼) 2016에서도 20여곳의 업체에서 인공지능 로봇을 전시했다.
금융 분야도 AI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미 주요 증권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개인 투자자의 자금 상황이나 성향을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짜고 투자까지 실행하는 인공지능 자산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동부증권은 최근 밸류시스템투자자문과 함께 포트폴리오 배분과 운용 업무 등을 소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아이로보 알파'를 선보였으며 삼성증권도 외부 자문사와의 협업을 통하지 않고 직접 개발한 로보 어드바이저를 올 상반기 중 내놓을 계획이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로봇시장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10.4% 성장한 데 이어 2018년까지 연평균 11.3%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