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인공지능 '퀀텀점프' 시키는 양자컴퓨터

중첩·얽힘 등 양자역학 이용… 처리속도 빠르고 안전성 높아

구글 'D-웨이브 2X' 등 국내외 연구·개발 잇따라

지난해 12월, 구글은 양자(퀀텀·Quantum)컴퓨터 'D-웨이브(Wave) 2X'의 최신형 모델 실물을 공개했다. D-Wave 2X는 지난 2013년 이미 구글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 손잡고 이전 모델을 개발한 적 있지만 최신형은 그보다 훨씬 진전된 기술을 보유했다. 일반 컴퓨터(PC)와 비교해 처리 속도가 1억배나 빨라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졌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구글은 양자컴퓨터를 딥러닝 등 머신러닝 기술에 적용해 인공지능의 차원을 큰 폭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양자컴퓨터 용어 그대로 인공지능의 '퀀텀 점프'가 이뤄지는 것이다.

양자란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 최소량 단위'를 뜻한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의 고유한 특성인 중첩·얽힘·결맞음 등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한 컴퓨터 기술로 기존 컴퓨터가 0과 1의 2진법을 기본 비트로 사용한다면 양자컴퓨터는 0과 1 사이 무수히 많은 값을 연산에 이용한다. 근본적인 작동원리가 다른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 최고 수준의 컴퓨터라 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가 300자리 정수를 소인수분해하는 데 1년이 걸린다면 양자컴퓨터는 짧게는 30분이면 가능하다.

이를 인공지능에 적용하면 컴퓨터가 어떤 복잡한 상황도 빠른 속도로 분석해내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가령 도로 위에 존재하는 모든 차량의 움직임을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하고 현재와 미래의 교통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기존 컴퓨터로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 대까지 동시에 운행 중인 개별 차량의 움직임을 일일이 파악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처리능력이 뛰어난 양자컴퓨터는 이를 가능하게 만든다. 작업이 복잡해질수록 양자 효과에 의한 학습속도는 점점 더 빨라져 보다 정확한 교통흐름 파악이 가능해진다는 점은 양자컴퓨터의 위력이다. 구글이 현재 운영 중인 자율주행차 시스템에 양자컴퓨터 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자컴퓨터는 인공지능을 똑똑하게 만드는 동시에 안전하게도 해준다. 데이터를 양자암호통신 방식으로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암호통신이란 더 이상 작게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단위인 양자(量子)에 암호를 삽입해 이를 통신망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양자는 복제가 불가능하고 중간에 양자를 빼내려고 하면 양자 속 정보가 얽혀버리는 특징이 있다. 해커가 침입해도 암호 자체가 망가진 상태라 암호 확인이 불가능하다. 해킹을 원천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외에서는 양자컴퓨터 기술개발과 활용범위를 넓히기 위해 민관 차원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캐나다·중국·일본 정부는 국가 차원으로 연간 최소 500억원에서 최대 1조원 규모의 예산을 양자컴퓨터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스트(MS), IBM,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도 민간 차원의 양자컴퓨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양자컴퓨터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는 단계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양자컴퓨터 개발을 위한 종합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양자암호통신의 경우 SK텔레콤이 국내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지난달 국가시험망을 구축했으며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올해 양자컴퓨터를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해 원천기술 연구를 본격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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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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