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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추가 부양책] 마리오가 쏘아올린 '바주카포'… 시장에 약될까 독될까

작년 말 부양책 별 효과 없자 초강력 대책 들고나와

"소비 늘고 유로 약세로 물가·성장률 상승 기대" 속

"은행 수익악화 등 日처럼 부작용만 키울것" 우려도

'마리오의 바주카포'는 시장에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유럽중앙은행(ECB)이 1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예치금리의 마이너스 폭을 확대하고 채권 매입 규모를 늘리는 등 추가 돈 풀기에 나서면서 효과를 둘러싼 논쟁도 재점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슈퍼마리오'로 불리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돈 풀기가 소비 진작과 유로화 약세를 유도해 물가와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실업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한편으로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예상치 못한 시장 반응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일본처럼 금융시장 혼란, 은행 수익 악화 등 부작용만 더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지난해 12월 시장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부양책을 내놓아 '장난감 물총'을 들고 나왔다는 비난을 받았던 드라기 총재는 이번에는 화끈한 바주카포를 쏘아 올렸다. 특히 이번 부양책은 채권 매입규모를 대폭 늘리고 매입 대상도 회사채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애초 시장은 0.1%포인트의 추가 금리 인하와 기존 양적완화 규모가 소폭 증가할 정도로 전망했지만 ECB는 채권 매입규모를 200억유로(26조3,428억원)나 확대하고 투자등급의 비금융 회사채까지 매입하겠다고 밝혀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ECB가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추가 부양책을 내놓은 것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통계청에 따르면 유로존의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0.2% 떨어져 5개월 만에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원유 등 에너지 가격 하락이 물가 하락을 이끌었지만 근원 소비자물가도 0.8% 상승하는 데 그쳐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 요인이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과 서비스업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51.0으로 12개월 만에 가장 낮았고 서비스업 PMI도 53.0으로 1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 부진 등 경기 둔화로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에 그쳤다. 실업률도 1월 10.3%로 2013년 중반 이후 여전히 두자릿수에 머물렀다.

ECB의 강력한 추가 부양책에 이날 유럽 증시가 일제히 상승하는 등 시장은 일단 호의적으로 반응했다. 스위스의 세계 최대 종합인력 서비스회사 아데코 최고경영자(CEO)도 "ECB의 강력한 부양책이 유로존 국가들의 빠른 회복을 도울 것"이라며 "돈 풀기로 인프라 투자가 늘면 실업률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BNP파리바도 'ECB:정책 효과의 발견'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ECB의 완화 정책이 은행의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고 가계와 기업의 신규대출 증가에 기여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반면 유럽 은행권을 비롯해 시장 일각에서는 잇따른 마이너스 금리, 양적 완화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오히려 시장 불안만 키울 것으로 우려했다.

오스트리아 에르스테은행의 안드레아스 트라이흘 CEO는 "금리 추가 인하로 금융 버블이 커질 수 있다"며 "경제 성장세를 훼손하고 예금자에게 사실상의 벌금을 부과해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 반 스티니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은행에 위험한 실험"이라며 "금리를 0.1%포인트 내리면 유로존 은행권의 내년 실적이 약 5%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1월29일 마이너스 금리를 최초로 도입한 일본이 엔화 강세, 증시 하락 등 부작용을 겪은 것처럼 ECB가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은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이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급등했고 닛케이225지수는 1만5,000선 이하로 밀리는 등 극도의 시장 혼란을 겪었다. 또 은행 수익 감소에 따른 부실화 우려와 함께 장롱예금 증가 등 단기적으로 자금경색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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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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