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이세돌, 알파고에 또 불계패] NYT "인공지능의 미래 증명"… "AI가 바둑 패러다임을 바꿨다"

알파고 기세에 해외 언론 경탄

中·日 바둑계 "충격적인 결과"

커제 "알파고 도전 받아들일 것"

<세기의 대국> 생각에 잠긴 이세돌 9단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2국에서 이세돌 9단이 돌을 올려 둔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세돌 9단은 바둑통을 손가락으로 계속 두드렸다. 수 계산을 치밀하게 할 때 나오는 버릇. 하지만 아무리 두드려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얼굴이 없는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한테서는 당황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2차전.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알파고는 '인간에는 없는 끈질긴 바둑'으로 이 9단을 완벽하게 홀렸다. 전날 1국의 불계패와는 다른 차원의 충격이었다.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세기의 대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2국은 분명히 알파고가 지는 대국이었다. 이 9단한테서는 패착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문가들도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뜻밖의 패배. "인공지능이 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알파고는 보통의 바둑에서는 악수로 평가 받는 수로 인간을 무릎 꿇렸다. 211수 끝에 백 불계패.

종반까지도 이 9단의 미세한 우세였다. 하지만 알파고는 인간의 판단으로는 실수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수로 상대를 흔들더니 별안간 중앙 백 대마를 공격하며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이 9단은 마지막 1분 초읽기에 몰리며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뒤집을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돌을 던지고 말았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대국 막판 "이 9단이 시간패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파고의 승리를 자신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이 9단의 이날 패배는 단순한 1패 이상이었다. 구글이 자랑하는 슈퍼컴퓨터 알파고의 계산력은 이날 벼랑에서의 대반전으로 상상 이상임이 증명됐다. 이 9단은 이날 특유의 저돌적인 기풍을 잠시 접고 마치 돌부처 이창호 9단처럼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인 유창혁 9단은 이 9단의 바둑을 보며 "돌들이 빈틈이 없다. 철저하게 마음먹고 나온 듯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끝내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알파고의 파죽지세에 해외 언론은 인공지능의 무궁한 발전에 경탄을 표하는 한편 그 발전이 인간성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알파고가 관찰과 학습, 실습능력에서 종전의 기기들과는 완벽하게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며 구글 딥마인드의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FT는 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단인 것은 맞지만 인간 두뇌를 분해, 모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리위원회를 만든다 해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이윤추구나 연구진의 무분별한 열정이 제한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졌다. 가디언은 '바둑을 통해 본 로봇과 인간성'이라는 사설에서 "기계의 힘은 회사의 수익을 늘리고 손실에 민감한 사람들을 도울 것"이라면서도 "(인간이 마주한) 국내외 불평등을 줄이는 데 일조할 것이라 생각지는 않으며 오히려 격차를 키울 것"이라고 부정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하워드 유 국제경영개발연구원 교수도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알파고의 승리는 인간의 우위가 점점 약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나머지 대국을 이 9단이 이기든 지든 알파고가 학습하고 전략을 세운다는 사실 자체가 인간을 넘어선 인공지능의 미래를 증명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충격적인 결과'라는 평이 이어졌다. 일본 바둑계의 일인자인 이야마 유타 9단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결과에 놀랐다"며 "인공지능이 섬세하면서도 냉정한 면도 있어 바둑 실력이 높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중국 최정상 기사 커제 9단은 "알파고는 인간의 기력에 매우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며 "프로 바둑기사들이 알파고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면 중국 바둑계도 생존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커 9단은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지켜본 후 "알파고의 바둑 기풍은 나와 비슷하다"며 "알파고가 다음 상대로 나를 지목한다면 거절하지 않겠다"며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양준호·이수민·변재현기자 miguel@sed.co.kr


관련기사



양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