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은 민간서만 고군분투… "3~5년후 한약재시장 돌이키기 힘든 피해"

中 '약재공정' 노골화



중국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약재공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도 한국은 대한한의사협회 등 민간에서만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농업진흥청·국립종자원·보건복지부 등이 공조해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3~5년 뒤에는 자칫 돌이키기 힘든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통 약재의 국제표준안 등재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전통의학 분야 기술위원회인 TC249에서 이뤄진다. 예비작업 항목(PWI), 신규작업항목 제안(NP) 등 모두 7개 단계를 통과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단계에서 일정 수 이상의 정회원국 동의가 필요하다. 마지막 단계에서 최종 국제표준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투표한 정회원국 중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정회원국은 한국·중국·독일·남아프리카공화국·스페인·미국 등 총 21개국이다. 결국 이들의 표를 얻어야 국제표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정회원국 21개국 가운데 다수의 국가가 중국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김필건 한의사협회장은 "중국은 정부 지원으로 이미 수십 년 전에 중의학연구원을 설립해 유럽·아프리카 등지의 사람들을 전통의학 전문가로 양성했다"며 "이들이 TC249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재의 명칭과 성분이 중국식으로 표준화되면 비단 우리 약재의 수출에만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식품류로 분류돼 있는 제2·제3의 인삼과 홍삼 브랜드화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도 사안의 중대성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재·화장품 등에 들어가는 성분이나 천연물 자체의 수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우리와 일본의 당귀는 성분이 일부 다른데 일본의 당귀가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경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참당귀는 해외로 나갈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우리 정부도 부산대 동의보감 아카데미 등을 통해 이 같은 작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상황이 이렇자 한의사협회 등 민간이 세계 각국의 한의학계 인사들과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나선 상황이다. 김 협회장은 "러시아 쪽을 공략하면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에 우리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며 "협회 예산을 들여 발로 뛰는 데 중국과 달리 정부의 지원이 미미한데다 콘트롤타워도 없어 힘이 부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적어도 3~5년 뒤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중국의 약재공정을 저지할 수 없다면 나고야의정서에 근거해 토종약재의 유전자원 등록을 통해서라도 생물자원의 주권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자원 제공국과 사용국이 이익을 공유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국제협약이다. 김지호 한의사협회 이사는 "토종약재를 유전자원으로 등록하면 외국에서 해당 약재를 연구할 때 등록국과 사전협의를 거처야 한다"며 "해당 약재를 사용할 때는 로열티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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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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