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구글은 6년새 133개 기업 사들였는데… M&A 수수방관하다 주도권 내준 한국

구글, 딥마인드등 사들이며 4차산업혁명 주도권 장악

국내기업 M&A에 소극적… 기술벤처 인수 타이밍 놓쳐


안드로이드를 세상에 내놓은 앤디 루빈 전 구글 부사장은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80%를 차지하는 이 OS를 구글이 아닌 삼성전자가 살 뻔했다는 주장을 폈었다. 삼성전자 내부 확인 결과 그의 주장은 틀린 것으로 판명됐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삼성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면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산업계와 소비자들의 아쉬움 속에 계속 확산하고 있다.

최근 이세돌과 세기의 바둑 대결로 화제를 낳은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 역시 구글이 약 6억2,500만달러(약 7,434억원)를 주고 인수한 '딥마인드'의 작품이다. 구글로서는 스마트폰 OS는 물론 AI 영역마저 장악할 주춧돌을 딥마인드가 마련해준 셈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본능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추진력을 만들어낸 교과서적 사례다.

이처럼 적극적인 M&A로 AI, 가상현실(VR), 스마트카, 스마트홈 등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기업은 구글만이 아니다. 애플·IBM을 비롯한 거대 정보기술(IT) 기업과 유명 완성차 업체들까지 딥마인드 같은 대어를 낚기 위해 앞다퉈 M&A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이를 수수방관하는 실정이다.

국내 조사기관 CEO스코어와 공개된 M&A 정보를 종합한 결과 지난 2010년 이후 구글이 인수한 기업은 총 133개나 됐다. 주주들로부터 M&A에 소극적이라는 질타를 받는 애플도 같은 기간 49개를 사들였으며 IBM에 인수된 기업도 65곳이나 됐다. 피인수 기업은 대부분 기술벤처들로서 AI·빅데이터·모바일결제처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었다.

이들과 비교하면 국내 주요 기업들의 M&A 숫자는 초라하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그룹은 15개 업체를 사들였고 SK그룹은 18곳, LG그룹은 20곳에 그쳤다. 면면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만이 스마트싱스·루프페이 같은 신성장동력이 될 만한 벤처기업을 흡수했을 뿐 첨단 산업군에서 이뤄진 M&A는 거의 전무하다. AI 분야 전문가로 통하는 장병탁 서울대 교수는 "국내 대기업은 M&A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국내외에서 역량 있는 신생기업을 발굴하고 흡수하는 데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며 "경험이 적다 보니 신생기업들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거나 이들을 자사 조직문화에 동화시켜 시너지를 낼 역량도 미숙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는 대기업과 첨단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M&A를 통해 상생하는 문화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많다. 대기업은 첨단 신사업으로 정체된 주력 산업에 돌파구를 뚫지 못하고 중소기업은 기술이 있어도 규모가 작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는 얘기다. 김수연 전국경제인연합회 책임연구원은 "국내 벤처기업들은 경영권을 뺏길까 봐 M&A 대신 기업공개(IPO)를 통해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M&A를 꺼리는 상태에서 첨단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빠르게 육성시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종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