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없는 고용 증가 속 일자리 질 악화 우려
우리 경제가 1% 성장할 때 일자리 창출 효과가 10년 새 3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발생한 고용증가라는 점에서 일자리의 질 악화 논란도 높아졌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정부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1% 성장할 때 늘어나는 일자리가 노무현 정부(2002~2007년)는 5만6,000개, 이명박 정부(2008~2012년)는 7만8,000개인데 박근혜 정부 3년간(2013~2015년)은 14만3,000개로 확대됐다”며 “각종 정책을 통해 이를 20만개까지 늘린다면 3% 성장 때는 결국 15만~20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12.5%에 달하며 최악으로 치닫는 고용 실상과는 다소 괴리감이 느껴지는 수치다.
경제성장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는 연평균 취업자 증가 수를 연평균 경제성장률로 나눠 산출했다. 이번 정부 들어 급격히 확대된 건 여성과 장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면서 고용률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령자 취업이 많아지고 정부가 고용률 70% 로드맵에 따라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전략을 강조하면서 경력단절여성을 중심으로 고용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2002년부터 10년 가량 62~63%로 유지됐던 고용률은 2013년부터 확대돼 2015년 65.7%로 높아졌다.
또 노무현 정부(4.48%)와 이명박 정부(3.20%)에서 박근혜 정부(2.93%)로 갈수록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분모’가 적어진 영향도 작용했다.
문제는 ‘성장 없는 고용’이 뚜렷해지면서 고용의 질 자체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졌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보니 청년인턴이나 단시간 근로자 등 비정규직 양산도 심화하는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나치게 단시간 일자리 등 양에만 신경을 쓰면 노동시장 구조 고착화로 향후 소득분배 문제만 악화될 수 있다”면서 “경제가 살아날 때 근로시간을 늘리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좋은 일자리로 갈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해주는 게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불황기에는 정책적으로 일자리의 양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독일과 일본의 경우도 과거 경제침체기에는 제조업 파견 허용 등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데 치중하고 이후 최저임금제 도입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 정부 관계자는 “좋은 일자리에서 나쁜 일자리로 끌어내리는 건 안되지만 시간제라도 일자리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우선 제공해준 뒤 앞으로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게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