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모디노믹스 2년, "젊은 사자의 등에 올라타라"

모디노믹스 2년의 성과와 전망

중국 지고 인도 시대가 온다

‘젊은 사자’의 등에 올라

<포춘코리아 FORTUNE KOREA 2016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인도가 세계 경제의 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4년 5월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주창한 이른바 ‘모디노믹스(Modinomics)’의 영향이다. 외국인의 투자를 통한 인프라 확충과 제조업 육성, 이를 통한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을 핵심 가치로 여기는 모디노믹스는 인도를 세계 경제의 중심국가로 급부상시켰다. 포춘코리아가 인도 경제, 그리고 모디노믹스가 가진 의미를 분석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인도는 먹구름 낀 세계 경제 지평선에서 밝은 빛을 내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지난 2015년 인도를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현재 인도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대다수 선진국이 저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라가르드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인도만이 ‘나 홀로 고속 성장’을 이어오고 있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세계은행이 지난 1월 발표한 ‘2016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올해 7.8%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예상되는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2.9%임을 고려하면 인도의 7.8% 성장률은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세계은행은 내년과 내후년에도 인도가 7.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앞으로 3년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인도 경제 고속성장의 중심에는 취임 3년 차에 접어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서 있다. 모디 총리는 취임 초기부터 투명한 행정, 정책 효율성 제고,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강도 높은 혁신 전략을 선보였다. 물론 급격한 변화를 거부하는 인도 공직사회의 반발은 예상대로 거셌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바로 인도 경제의 성장이다.

“신이 나를 이 땅에 있게 한 것은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궂은 일이 많겠지만, 이 역시 마다하지 않고 하겠다.” 갠지스강에 모여든 지지자들 앞에서 모디 총리가 한 이 말에서 그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구자라트주 경제혁명을 인도 전체로

모디 총리의 능력은 이미 그가 주지사로 재직했던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의 경제 성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1년부터 13년간 모디 총리가 주지사로 재임했던 구자라트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연평균 1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자정부 시스템 도입으로 해묵은 관료주의와 부정부패를 척결했다. 국내외 대기업 유치를 이끌었고, 지속적인 투자설명회와 토지 제공 및 세제 감면 혜택 등 다양한 친기업 정책도 선보였다. 이를 통해 한때 인도에서 가장 가난했던 구자라트주는 인도 내 28개 주 가운데 하루 24시간 안정적으로 전기가 공급되는 유일한 곳으로 탈바꿈했다.

모디노믹스 역시 과거 모디 총리가 해냈던 구자라트주의 산업혁명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구자라트주의 성장 방식을 인도 경제 전체에 접목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핵심은 ‘친(親) 외국 기업’과 ‘제조업 육성’ 정책이다. 우선 모디 총리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이끌어내기 위해 군수, 보험, 철도 산업의 외국인 투자지분 한도를 확대하고 투자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시켰다. 이를 가로막는 규제가 있다면 과감히 철폐하거나 개정했다. 이에 화답하듯 글로벌 기업들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IT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마련한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정책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투자 유치로 이어지고 있다. 오는 2019년까지 18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해 인도 전역을 초고속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는 내용의 국책 프로젝트인 ‘디지털 인디아’는 인도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도시-농촌 간 경제 격차를 줄이는 핵심 전략으로 손꼽힌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이 같은 모디 총리의 디지털 인디아 정책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인도 출신의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인도를 방문해 신사옥 및 연구개발 시설 신설을 골자로 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또 구글은 지주회사 알파벳이 추진 중인 열기구 활용 인터넷 접속 사업 ‘프로젝트 룬(LOON)’의 핵심 기지로 인도를 선택하기도 했다.


인도의 ‘친 외국 기업 정책’은 외자 유치 실적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인도 상공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9월부터 1년간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은 328억 달러(약 39조 6,2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 이상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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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지난해 인도가 정부 지출을 늘리며 인프라와 대형 공사를 늘리는 것에 치중했다면 올해는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강점인 IT 산업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인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커머스 시장은 국내 IT 기업들에게 또 한 번의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오른쪽 붉은 옷) 인도총리가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나렌드라 모디(오른쪽 붉은 옷) 인도총리가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 파급효과 주목

제조업 육성 정책은 인도를 세계 제조업 허브 국가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연장선상이다. 모디 총리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을 현재 17% 수준에서 오는 2020년까지 25%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22년까지 1억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렇게 모디 총리가 제조업 육성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인 인도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말한다. “인도 인구 구성은 크게 두 가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인도의 성장 동력인 젊은 층과 중산층의 증가죠.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은 오는 2030년에는 인도 중산층 경제규모가 12조8,000억 달러(약 1경 4,000조 원)에 달해 미국과 중국의 중산층을 제치고 1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의 활성화는 젊은 인구층과 중산층의 소비심리를 자극해 인도 내수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죠. 국내 기업들도 이 같은 인도의 상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도 내수시장 공략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거죠.”

특히 일각에서는 향후 몇 년 내에 인도가 중국 시장을 넘어설 수 있는 가장 큰 근거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의 주요 전략인 제조업 육성 정책을 꼽고 있다. 이미 대다수 글로벌 경제기관들은 지난 30여년간 이어진 중국의 고성장 시대가 마침표를 찍었다고 선언했다. 세계은행(IBRD)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예상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6.7%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각 6.5%, 6.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제조업의 부진을 꼽고 있다. 중국 제조업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저임금 기조가 사라지고 점차 임금이 상승하면서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중국 시장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는 국내 기업에게 기회의 장

모디노믹스로 날아오른 인도 시장은 국내 기업들에게 기회의 장(場)이다. 이미 삼성,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이 인도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고, 중견기업들도 인도 시장 진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여건은 갖춰졌다. 지난해 열린 한·인도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상은 기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고 국내 기업의 인도 인프라 사업 참여를 위한 100억 달러 규모의 ‘금융지원 패키지’도 합의했다. 대다수 전문가들 역시 지난 2011년 이후 감소세를 유지하던 양국의 교역규모가 올해를 기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이 인도 시장 진출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우선 모디노믹스의 친 외국 기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현지 투자를 통한 생산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말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현지 소비시장 진출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모디 총리 취임 이후 외국 기업에 대한 악성 규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현지에서 생산하는 비중을 늘리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인도 현지 기업과의 합작투자를 통해 낯선 현지 환경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밖에 인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보이는 이른바 ‘차이나 머니’를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저가 전략을 앞세워 인도 수입 시장 부동의 1위를 점하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차별화된 전략과 저가 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모디 총리는 취임 이후 인도를 상징하는 동물을 코끼리에서 사자로 바꾸겠다고 천명했다. 보다 공격적이고 뚝심 있는 경기 부양 정책으로 인도 경제를 글로벌 시장에서 맹수 같은 존재로 각인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과연 모디 총리의 모디노믹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도의 용맹함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인도 시장을 향하고 있다.

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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