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김세영 이젠 '마인드 컨트롤의 여왕'

LPGA JTBC 파운더스컵서 시즌 첫 승

최근대회 부진 원인 심리서 찾아 불같은 마음 버리고 눈앞에 집중

최종일 새벽 샷교정 뒤 '10언더'… 27언더 소렌스탐과 최다언더 타이

리디아 고 2위·지은희 공동 4위



태권도 공인 3단인 김세영(23·미래에셋)은 타고난 장타자지만 동시에 못 말리는 연습벌레이기도 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지난해 특히 그랬다. 샷 연습은 기본이고 퍼트에도 하루 5시간씩 투자했다. 연습량이 얼마나 많았는지 몇몇 클럽은 더는 못 쓸 정도로 닳아버렸다. 김세영은 "영어가 서툴러 연습 말고 할 게 없다"며 휴일도 없이 자신을 몰아붙였고 첫해 3승에 신인왕까지 수상했다.

이번주 김세영은 새로운 '실험'을 했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었다. 앞선 2개 대회에서 주춤했던 원인을 심리적인 데서 찾았다. 개막 후 2개 대회에서 준우승과 공동 3위로 무난하게 출발한 뒤 이후 공동 48위와 공동 34위로 부진했던 김세영이다. 그는 기술적인 연습보다 심리훈련을 했다고 한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인 그는 경기 중 작은 실수에 스스로 화를 못 참고 흔들린 게 최근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이번주는 쫓아오거나 달아나는 선수나 코스 세팅 등 외부환경을 생각하지 말고 바로 눈앞에 닥친 홀과 샷에만 집중해보기로 했다.

2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GC(파72·6,538야드).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파 퍼트를 마친 김세영은 조용히 하늘에 '손 키스'를 날렸다. 뒤 조 선수들이 아직 경기를 마치지 않았지만 우승은 이미 확정된 상황. 김세영은 그러나 화끈한 세리머니 대신 의미심장한 미소로 하늘에 감사를 보냈다. 경기 후 국내 취재진과 만난 김세영은 "마인드 컨트롤이 최고로 잘된 한 주였다. 하늘이 내 준비에 감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걸' 김세영이 시즌 첫 승이자 LPGA 투어 통산 4승째를 사막에서 올렸다. 이전 3승은 모두 섬(바하마, 미국 하와이, 중국 하이난섬)에 있는 골프장에서 거둔 것이었다. 이날 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 마지막 4라운드에서 김세영은 이글 1개에 버디 8개로 10언더파 62타를 기록, 최종합계 27언더파를 완성했다. 2위에 5타 앞선 압승이었다. 62타는 생애 최소타이고 27언더파는 LPGA 투어 사상 72홀 최다 언더파 타이기록이다. 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작성한 기록과 같다. 김세영은 올 시즌을 시작하며 "소렌스탐 같은 골프 전설의 발자취를 따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목표를 향해 한 뼘 더 나아가게 된 셈이다. 김세영은 경기 후 소렌스탐으로부터 "2년 차에 이런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라는 내용의 축하 e메일도 받았다.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6,000만원)를 보탠 김세영은 상금랭킹 2위로 뛰어올랐고 세계랭킹도 7위에서 5위로 끌어올렸다. 올 시즌 6개 대회에서 한국 국적 선수들은 4승을 합작하고 있다.

김세영은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했다. 현지시각 오전6시에 연습장에 나가 1시간 반이나 페이드 샷(오른쪽으로 휘게 치는 샷)을 가다듬은 뒤였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마인드 컨트롤에 신경 써왔지만 전날의 막판 실수에는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쉬운 파5홀인 15번홀에서 파에 그치고 16·17번홀에서 보기를 한 게 계속 생각나 잠이 오지 않았다는 설명. 3라운드 뒤 해질 때까지 연습하고도 다음날 다시 새벽을 깨운 김세영은 4라운드에서는 15~17번홀에서 버디 2개로 2타를 줄였다. 3라운드 전체 성적과 비교하면 이날 8타나 더 잘 쳤다.

적수는 없었다. '역전의 여왕'답게 초반 버디 행진으로 간단하게 선두로 나선 김세영은 전반에 이미 5타 차 단독 선두였다. 이어 '이글의 여왕'답게 11번홀(파5) 이글로 사실상 승부를 마무리했다. 241야드를 남기고 5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핀 60㎝에 붙었다. 16번홀(파4)에서 절묘한 어프로치 샷으로 탭인 버디에 성공, 27언더파를 찍은 김세영은 17번홀(파3)에서는 보기 위기를 3m 파 세이브로 넘겼다. 김세영은 이글 4방을 터뜨린 나흘 동안 3퍼트가 한 번도 없었다. 대회 평균 290.5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한편 라운드당 퍼트는 25.25개로 막았다.

한편 3라운드 단독 선두 지은희(30·한화)는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등과 함께 19언더파 공동 4위로 마쳤다. 박성현(23·넵스), 이미향(23·KB금융그룹), 장하나(24·비씨카드)는 17언더파 공동 13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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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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