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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구름이 낮게 드리운 잔뜩 흐린 날이었다. 방 안은 여느 때처럼 최적의 온도와 습도. 요코는 단정치 않은 차림새로 소파에 앉아 시시한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본의 한 신문사가 주최하는 문학상에 응모된 소설의 첫 구절이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문장이지만 이 소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쓰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NHK 등 일본 언론들은 AI에 의한 소설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일본 연구자들이 지난 21일 AI를 활용해 쓴 4편의 단편소설에 관한 보고회를 열었다고 22일 보도했다. 연구진은 4편의 소설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주최하는 '호시신이치' 문학상에 출품한 결과 일부는 1차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최종 심사까지 오른 작품은 없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들 소설은 사람이 등장인물 설정이나 이야기의 큰 줄거리 등 대량의 구성을 부여하면 AI가 주어진 단어를 조합해 문장을 만드는 방식으로 쓰였다. 가령 '언제' '어떤 날씨에' '무엇을 하고 있다'는 문장의 요소를 포함하도록 사람이 지정하면 AI는 연관 단어를 자동으로 골라 문장 형태로 표시한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하는 마쓰바라 진 미래대 교수는 "1차 심사를 통과한 것은 쾌거"라면서 "이제 겨우 소설 같은 모양새가 나와 응모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로서는 AI가 20% 정도 기여하는 수준"이라며 "사람이 미리 스토리를 결정하는 등 도움을 줘야 할 부분이 많아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스토리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AI도 연구하고 있으며 2년 뒤에는 사람의 개입 없이 오롯이 AI가 소설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NHK는 설명했다.
인간 고유의 '창작' 영역까지 침범하기 시작한 AI는 이미 생활의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헤지펀드사인 GCI시스테마틱 매크로 펀드가 컴퓨터 모델 투자방식으로 올 1~2월 동안 19%의 수익을 올렸다고 이날 보도했다. 올 들어 첫 두 달간 금융시장은 극도로 불안정한 양상을 보였었다. 이 시스템이 첫 도입된 2014년 2월 이후 지금까지의 투자 수익률은 무려 173%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지난 1년 사이 이 펀드의 자산 규모가 두 배가량 늘어 91억엔(938억원)에 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