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4일 내놓은 금융상품 자문업 활성화 방안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로봇(Robot)의 약진’이다.
금융위의 방안을 보면 앞으로 로봇은 사람이 짜놓은 프로그램 안에서 자산운용을 자문(Advisor)하는 수준의 ‘로보 어드바이저(RA)’ 서비스에서 벗어나 직접 투자 상품을 결정하고 비중을 조절하는 업무까지 할 수 있게 된다. 로봇이 단순히 인간의 보조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펀드매니저와 같은 전문인력처럼 고객 자산관리의 핵심적인 축을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
로보 어드바이저 역할 강화는 고객이 비교적 저렴한 수수료로 손쉽게 자산을 운용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고액자산가의 전유물인 프라이빗뱅킹(PB)의 대중화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간담회에서 “로봇이 고객에게 직접 자문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라며 로보 어드바이저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금융당국은 로보 어드바이저 시스템이 정착되면 일반 고객이 계좌에 약 500만원만 넣어도 질 좋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는 게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보 어드바이저 선두주자인 쿼터백 자문은 제도만 뒷받침된다면 수백만원 투자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본지 3월9일자 1·4면 참조
금융위는 장기적으로는 투자일임·자문사 등록을 위한 인력 요건(1~2명)도 로보 어드바이저로 대체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푼다는 계획이다. 로보 어드바이저가 인간 펀드매니저를 대체하는 일이 현실로 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오는 7월부터 개별 금융사의 로보 어드바이저의 역량을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베드(시험대)를 운영할 예정이다. 예컨대 한 금융사가 10명의 투자자로부터 1인당 100만원씩을 모집, 투자에 나서는 상황을 가정해 로보 어드바이저가 3개월 이상 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금융사는 로보 어드바이저의 자산배분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문제점을 수정한 뒤 현장에 투입하기 된다. 당국은 테스트 기간에 집계되는 수익률·변동성 등은 투자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공식 테스트베드에 참여해 검증 받지 않은 로보 어드바이저 시스템은 직접적인 자산운용을 할 수 없도록 진입문턱을 뒀다.
로보 어드바이저의 대중화는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 열린 가운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의 베터먼트(자산운용 규모 25억달러)와 월스프론트(24억달러) 등은 로봇이 고객의 투자전략 수립은 물론 매매까지 수행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국내에서는 은행·증권 등 14개 금융사가 로보 어드바이저의 제공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투자 자문을 하거나 투자 상품을 제공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연말부터 개시할 예정이다. 현재는 일부 자산운용사만 인간 펀드매니저를 대체할 로보 어드바이저 시스템을 준비하는 단계다.
김태현 자본시장국장 “국내에 도입된 로보 어드바이저는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발전 정도가 뒤처지는 상황”이라며 “테스트베드를 통해 검증된 로보 어드바이저 시스템이 다수 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