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3대 직역연금 가운데 군인연금이 유일하게 개혁 무풍지대로 남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해까지 군인연금을 개혁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더구나 20대 총선이 끝나더라도 곧바로 대선정국으로 넘어가게 돼 정치권·정부 모두 군인연금 개혁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2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4년 3월 ‘경제혁신3개년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안에 직역연금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법 개정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와 관련된 작업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현재 군인연금 개혁과 관련된 작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 군인연금 보조금으로 1조3,665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는 2015년 지원 규모(1조3,431억원)보다 234억원 늘어난 것이다. 반면 계속해서 증가하던 공무원연금 보조금은 지난해 5월 공무원연금법이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정돼 2015년 3조1,321억원에서 올해 2조3,543억원으로 8,000억원가량 줄었다. 공무원연금법에 연동된 사학연금도 자동으로 개정돼 교직원의 부담률은 7%에서 9%로 인상됐고 연금 지급률은 1.9%에서 1.7%로 낮아졌다.
군인연금은 이미 1973년부터 고갈이 시작돼 3대 직역연금 가운데 가장 먼저 혈세가 투입됐다. 국가 보조금은 2010년 1조566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넘겼고 지난해까지 누적 지원액은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군인연금 누적 국가 보전금은 3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 모두 표심을 의식하고 있는데다 총선 이후에는 분위기가 급격히 대선 모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군인연금 개혁은 사실상 현 정부에서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도 여야 간 줄다리기는 심했지만 정작 결과를 놓고 보면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며 “군인연금 수급자들이 특수직역이라는 특수성은 인정해야 하지만 재정 건전성 악화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반드시 개혁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