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옥새 투쟁’에 나서면서 여권의 텃밭에 진박들을 투입해 국정 안정을 꾀하려던 청와대와 친박계의 구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김 대표의 반격으로 핵심 진박 후보의 국회 입성이 좌절된 반면 이재오·유승민 의원 등 거물급 비박계는 대거 생환할 가능성이 트이면서 총선 이후에도 여권의 첨예한 계파 갈등으로 인한 국정 대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친박계는 본격적인 공천 국면에 돌입하기 전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 지역에 6인의 진박 후보를 내려보냈다. ‘비박계 심판’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이들 중 대다수는 현역 의원에 비해 여론조사 지지율이 턱없이 모자랐지만 친박계인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전략공천 카드를 적극 활용하면서 정종섭·이재만·추경호·곽상도 후보 등 4명이 최종 후보자로 낙점된 바 있다. 이들 가운데 경선을 통해 공천 티켓을 거머쥔 이는 곽 후보뿐이었다. 윤두현·하춘수 후보는 경선에서 상대후보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날 김 대표가 무공천 방침을 밝히면서 대구 진박 6인 중에서는 곽 후보를 제외한 전원이 20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다른 여권의 텃밭인 서울 강남에서도 조윤선(서초갑) 후보가 경선에서 패배한 데 이어 유영하(송파을) 후보 역시 김 대표의 의결 거부로 총선 출마가 힘들어진 상태다.
이처럼 친박계의 당초 의도와 달리 핵심 진박들은 줄줄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반면 이재오·유승민 등 거물급 비박계는 극적인 생환 가능성이 커지면서 박 대통령의 레임덕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대표의 방침대로 새누리당의 텃밭이 대거 무공천 지역으로 확정될 경우 여권의 총선 구도는 다시 한 번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갈 것”이라며 “총선 결과에 따라 의외로 대통령이 하반기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기반을 상실하면서 조기 레임덕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 대표의 기습 기자회견 후 “빨리 공천을 마무리해서 선거에 임해야 되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져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