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4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김창기 아산의장부 기술그룹장은 꼬박 7만시간 동안 현대차를 대표하는 준대형 세단 ‘그랜저’의 생산을 담당했다. 올해로 출시 30주년을 맞은 그랜저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본 몇 안 되는 인물이다. 1세대 그랜저부터 현재 도로를 누비는 그랜저HG까지 30년간 그의 손을 거친 차량은 약 145만대에 달한다.
24일 현대차 아산공장 의장라인이 있는 생산통제실에 들어서자 김 그룹장은 생산라인 현황이 담긴 모니터를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었다. 생산라인 전체 모습을 모니터 하나로 통제·지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는 멀리서도 순서 없이 섞인 차종들을 단번에 알아볼 만큼 생산 베테랑으로 불린다. 모니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작업장의 이상 여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작업라인에 늘어선 그랜저HG를 바라보면서 “갓난아기부터 정성스레 키워온 자식을 출가시키는 기분”이라면서 “부품 하나하나 정성스레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첨단기술을 갖춘 전륜구동형 고급승용차’로 불리던 1세대 그랜저부터 ‘샐러리맨의 로망’으로 자리잡은 그랜저는 올 하반기 6세대 출시를 앞두고 있다. 김 그룹장은 “그랜저는 30년간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차종이자 현대차 직원이 가지는 자존심이며, 자부심을 가질 만한 차”라면서 “새롭게 나올 그랜저IG 역시 디자인과 편의장치 등 6년 만에 완전히 바뀌어 나타날 것이며 8단 변속기와 개선 람다 엔진 등을 장착,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은 현대차 아산공장은 국내 공장 가운데 가장 최신 설비를 갖췄다. 작업자의 몸에 맞게 설계된 작업 높이부터 쏘나타·그랜저·아슬란 등을 혼류 생산하는 첨단 이종방지시스템 등은 중국 베이징 공장을 비롯해 현대차 해외 공장의 롤모델 역할을 하는 곳이다.
1996년 아산공장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 울산공장에 근무하던 최정예 멤버 800여명이 선발돼 터전을 옮겼다. 공장 초기 정착 등 힘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지원자가 넘쳐나며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아산공장 인력들은 현대차 다른 공장과 비교해 7~8세 정도 나이가 젊다. 설립 때보다 5배 늘어난 4,000여명이 현재 근무하고 있다. 김 그룹장은 “울산공장에서 기술을 갈고 닦은 평균 10년 차 인력들이 아산공장에서 새로 뽑은 직원들과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며 “새로운 곳에서 모두가 큰 뜻을 품고 최고의 품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투자금액만 2조원에 달하는 아산공장은 현대차를 이끌어온 간판 공장으로 불린다. 연간 30만대 이상 생산하는 이곳은 쏘나타·그랜저 등 현대차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링카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가장 잘 갖춰진 스마트형 공장이다.
특히 현대차 국내 공장 가운데 가장 최근에 지어진 아산공장은 각종 신기술이 이곳에 담겨 있다. 공장 설립 당시 생산품질을 높이기 위해 적용한 품질실명제를 처음 도입했으며 차체공장에서 310여개 로봇이 용접의 100%를 담당할 만큼 각종 최신설비를 갖췄다. 아울러 국내 최대 폐수 무방류 시스템, 공장 지붕 면적의 68%를 둘러싸고 있는 태양광 모듈까지 친환경 공정으로 차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산공장 설립 당시 미쓰비시·도요타의 공장을 본보기로 삼았지만 현재는 전 세계 공장에서 가장 배우고 싶어하는 공장으로 거듭났다”고 강조했다. /아산=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