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슈퍼 주총데이, 주주들 앞에서 '위기극복' 외친 기업들

818곳 동시 주총 올해 최대 규모

"세대교체·신사업·책임경영"으로 승부수

올 들어 가장 많은 818개의 기업이 동시에 주주총회를 개최한 25일, LG·롯데·두산 등 주요 기업들은 회사를 믿고 투자해준 주주들 앞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두산과 롯데, 세아제강 등은 경영진의 세대교체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찾겠다고 밝혔다. LG 등은 주력 사업 부문 외의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자동차 부품 사업 등 신사업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두산 인프라코어 등은 총수 일가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해 현안을 해결하고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등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두산·롯데·세아제강 등 재계 세대 교체 본격화=이날 주총에서 가장 눈길을 끈 기업 중 한 곳은 두산그룹이다.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올해 정기 주총 테마는 ‘박정원 회장 체제의 개막’이었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고 박두병 창업 회장의 맏손자다. 박두병 회장의 부친인 박승직 창업주부터 따지면 두산가 4세다. 현 ㈜두산 지주 부문을 맡고 있는 박 회장은 이날 주총에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의장에 선출되면서 그룹 총수로 공식 등극했다. 그룹 회장 이취임식은 오는 28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린다.

두산그룹 4세 경영의 첫 주자인 박정원 회장은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 등 핵심 계열사들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면서 실적도 끌어올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가장 심각한 두산건설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1조3,360억원 수준이고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액수만 1조원이 넘는다. 두산건설과 두산인프라코어·두산엔진을 포함한 회사들이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할 회사채 규모만 3,500억원이 넘고 내년에는 1조를 훌쩍 넘기는 수준이다.

롯데 역시 세대교체가 진행됐다. 신격호 회장이 롯데제과 등기이사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다. 이날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과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는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신동빈 회장의 남자로 불리는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이 신 총괄회장 대신 등기이사에 올랐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1967년 롯데제과 설립 때부터 49년 동안 등기이사를 역임했다. 롯데제과는 한국 롯데그룹의 뿌리로 불린다. 95세의 고령에 최근 정신감정 절차를 밟고 있는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 등기이사 임기가 끝나는 다른 계열사에서도 재선임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내년 하반기에는 롯데의 모든 계열사 이사 직함을 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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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제강은 3세 경영을 본격화 했다. 이날 주총에서 이주성 전무의 사내 이사 신규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고(故) 이종덕 세아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현재 세아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순형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2011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MBA)를 마친 후 같은 해 1월 세아홀딩스 이사로 근무한 지 5년여 만에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앞서 고 이종덕 창업주의 손자이자 이주성 전무의 사촌인 이태성 전무 역시 지난달 세아베스틸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등 3세가 경영에 전진 배치되는 모습이다.

◇LG·두산 등 “신사업 통해 위기 선제 대응”=위기 대응을 위해 신사업 강화를 카드로 내놓은 곳들도 많았다. 대표적인 곳이 LG그룹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진행된 ㈜LG 주총에서 서면 인사말을 통해 “올해 자동차 부품과 신에너지 분야 등에 투자와 역량을 집중해 시장을 선점하고, 신규성장 동력 발굴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LG그룹은 모바일, 가전, 석유화학, 화장품, 통신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친환경차 배터리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또 에너지 전기저장시스템 수주 세계 1위, 태양전지 분야는 사업 이래 최고 실적을 거뒀다. 구본무 회장은 산업간 융복합 시대를 맞아 자회사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자회사들이 계획하고 있는 차별화된 혁신을 적극 지원, 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LG만의 방식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두산그룹 역시 면세점, 에너지 저장장치 등 신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재경 ㈜두산 부회장과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25일 주총을 통해 각각 “올해를 턴어라운드의 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두산타워 면세점 운영에 필요한 목적사업 추가를 위한 정관변경안도 통과했다. 세아제강 이태성 전무는 이날 주총 이후 “신사업 및 수출 강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총수 일가 사내이사 재선임 통해 책임경영 강화=재계 총수 일가의 책임경영 강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두산그룹이 대표적이다. 박정원 회장에 자리를 물려준 박용만 회장은 이날 두산인프라코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그룹이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음을 감안, 책임을 분담하기로 한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공작기계사업부를 1조1,300억원 규모로 매각하는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두산밥캣의 코스피 상장(IPO)도 연내 완수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박용만 회장의 이사 선임은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오너 책임경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동생 장세욱 부회장 역시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장 부회장은 “지난해 선제적인 구조조정으로 8,400억원의 현금을 창출했고 1조원 이상의 차입금을 상환했다”며 “올해 6000억원 상당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 유동성에 전혀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유수홀딩스는 주총에서 최은영 회장이 등기이사에 재선임됐다. 팬오션은 김흥국 하림그룹 회장이, 대성산업은 김영대 회장이 등기이사직을 이어갔다.

/이혜진·임진혁·강도원·이종혁기자 theone@sed.co.kr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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